싸우고 싶은 팬택..멀어지려는 LG

불붙은 LTE-A 대전..갤4 독주에 G2·베가 '도전장'

입력 : 2013-08-08 오후 6:22:16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차세대 격전장인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시장에 불이 붙었다. 삼성이 독점하던 시장에 LG와 팬택이 가세하면서다. 자연스레 후발주자들 간의 신경전도 점화됐다.
 
지난 6월 삼성전자(005930)가 세계 최초로 LTE-A 통신망을 지원하는 '갤럭시S4 LTE-A'를 출시한 데 이어 팬택과 LG전자(066570)도 각각 LTE-A 스마트폰을 하루 간격으로 꺼내들며 LTE-A 전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7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중심부 뉴욕에서 LTE-A 스마트폰 'G2'를 공개했다. LG그룹 전 계열사의 역량이 총 집결된 G2는 화질과 음질 측면에서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LG전자의 전략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LTE-A 스마트폰 '갤럭시S4 LTE-A'(왼쪽)와 팬택의 '베가 LTE-A', LG전자의 'LG G2'.(사진=삼성전자, 팬택, LG전자)
 
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G2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진 LG전자 MC 상품기획팀 부장은 G2를 '반전의 스마트폰'으로 소개했다.
 
'듀얼 라우팅' 기술을 이용해 5.2인치 대화면을 쓰면서도 제품이 한손에 쏙 들어올 수 있게 화면과 베젤의 크기를 조정한 것, 기존 측면에 위치했던 전원키와 음량조절 버튼을 후면으로 옮겨 조작성을 높인 것 등이 큰 특징이다.
 
특히 후면키는 팬택 '베가 LTE-A'와의 유사성 논란을 낳기도 했다. 팬택이 '베가 넘버6' 때부터 사용한 후면 터치 사용자경험(UX)를 LG전자가 G2에 채용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국내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팬택으로서는 G2와의 싸움을 통해 2위 쟁탈전을 재개하고 싶은 심정. 출시를 보름 정도 남겨놓은 상황임에도 공개를 앞당긴 것은 G2에 묻히고 싶지 않은 속내로 읽힌다. 그렇지 않아도 갤럭시S4에 LTE-A 초기시장을 내준 상황에서 G2에마저 뒤쳐질 경우 후발주자로 인식, 시장에서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LG전자는 논란을 점화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에 버튼 조작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되 '사용성'과 '그립감'을 다 가져가자는 생각으로 후면키를 탑재했다"며 "(팬택이 사용한)지문인식에 대해서도 여러 방면에서 고민했지만 편의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이번에 탑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의 'LG G2' 후면키를 이용하면 전원과 음량조절을 할 수 있다(윗 사진). 팬택 '베가 LTE-A'는 후면에 '시크릿키'를 탑재해 지문인식과 후면터치를 가능하게 했다(아랫사진).(사진=곽보연기자)
 
베가 LTE-A와의 유사성 논란은 '게스트 모드'에서도 발생했다. G2는 잠금패턴을 달리해 하나의 스마트폰을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사용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것으로, 게스트 모드에서는 타인이 사용할 때 일부 제한된 앱만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기능은 베가 LTE-A가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다. 팬택이 G2 출시 하루 전인 7일 공개한 LTE-A 스마트폰 '베가 LTE-A'는 개인 사생활을 타인으로부터 지켜주는 일명 '프라이버시폰'이다. 지문인식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중요한 내용을 타인으로부터 감출 수 있게 했다.
 
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베가 LTE-A'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이응준 팬택 상품기획실장(상무)는 "베가 LTE-A는 LTE-A 통신망에 가장 최적화된 제품"이라면서 "'시크릿 키'라는 후면 지문인식 센서를 통해 '베가 넘버6'부터 시작된 후면터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각각 커버를 씌운 상태의 'LG G2'(위)와 '베가LTE-A'(아래).
 
다만 프라이버시를 위한 지문인식 UX는 사용자가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문지욱 팬택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도 "지문인식 UX는 처음 시도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일정기간 사용하면서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베가 LTE-A의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팬택이 풀어야 할 숙제. 인터넷 IT전문 포털에서는 전작인 '베가 아이언'의 메탈 테두리와 깔끔한 직사각형 디자인이 베가 LTE-A에는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이 잇달았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을 채택해 스스로 '일반화'됐다는 평가다.
 
이에 이응준 상무는 "베가아이언이 혁신적이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추구했다면 베가 LTE-A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적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LTE-A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전용 단말기로 제작된 베가 LTE-A는 8월 중순 국내 출시될 예정으로, 가격은 미정이다.
 
◇팬택은 지난 7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베가 LTE-A' 팝업스토어를 설치했다(위). 그 바로 맞은편 한 카페 옆에는 'LG G2'가 적힌 팝업스토어가 설치 중에 있었다.(사진=곽보연기자)
 
LG전자와 팬택의 치열한 경쟁은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도 전개됐다. 팬택은 지난 7일 가로수길 카페 망고식스 옆에 베가 LTE-A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바로 맞은편 카페 코코부르니 옆에는 'LG G2'가 새겨진 팝업스토어가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영식 팬택 마케팅전략실장(상무)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베가 LTE-A를 알리고 싶었다"며 "홍대나 가로수길 등에 팝업스토어 설치를 고려했고, 결국 가로수길을 택했는데 설치를 마치고 보니 바로 맞은편에 LG전자가 팝업스토어를 준비 중이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마창민 LG전자 MC사업부 한국마케팅 팀장(상무)는 "전혀 몰랐다"며 "G2에 대한 이미지를 젊은 세대와 더 가깝게 하기 위해서 가로수길을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렌드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공략키 위해 한 것이지 (팬택과의) 경쟁 구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쫓기에도 바쁜데 굳이 팬택과의 경쟁이 부각돼 하위권으로 다시 밀려나가기 싫다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복수의 LG전자 관계자는 "팬택과 경쟁구도로 몰아가지 말아 달라"며 "G2는 베가와 경쟁할 제품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우리의 전략작"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삼성, 애플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굳이 팬택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속내도 보였다.
 
한편 LTE-A는 열기가 식은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LTE-A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SK텔레콤은 출시 2주만에 신규 가입자 15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7월 말 기준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올 연말까지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LTE-A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보다 LTE-A 개시가 3주 늦은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LTE-A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LG유플러스 측은 "고객 10명 중 9명이 LTE-A 제품을 찾고 있다"며 LTE-A 서비스가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하나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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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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