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숨바꼭질', 공포로 롤러코스터를 타다

입력 : 2013-08-08 오후 5:17:21
(사진제공=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다리가 후들거리고, 마치 버거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진이 쫙 빠진다. 체온이 뚝 떨어지는 서늘함이 몰려온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재잘재잘' 영화 이야기를 화장실까지 끌고 갔다. 영화 '숨바꼭질'을 본 직후의 현상이다. '숨바꼭질'은 공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우리 집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면', '어느 누군가가 우리 집을 뺏고 나의 생명을 위협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숨바꼭질'은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영화는 지난 2008년 도쿄에서 1년 동안 나의 집에 숨어살던 노숙자의 이야기와 지난 2009년 뉴욕에서 남의 아파트에 숨어사는 여자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을 차용했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실제 내 생활의 영역을 상상하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귀신보다 더 강력한 무서움을 제공한다.
 
스릴러와 공포를 적절하게 버무린 '숨바꼭질'은 전형적인 공포의 방법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그 안에서 표현된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의 연기력은 가히 국내 최고의 베테랑 배우라 불릴 만하다. 분명 작품은 배우들에게 크게 의존했다.
 
성공한 사업가지만 결벽증을 앓고 있는 성수를 연기한 손현주는 절제된 표정과 나지막한 대사, 줄타기를 하는 듯한 감정선으로 성수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표현한다.
 
가난에 지쳐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주희를 연기한 문정희는 극한 감정 연기로 그 인물이 가진 허구성을 현실성 있게 그려낸다.
 
아이들을 지키려는 엄마 민지를 연기한 전미선은 다소 부드럽고 절제된 감정 연기로, 가슴을 조이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숨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관객과 함께 소스라치게 놀라는 세 명의 아이들은 '아역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사진제공=NEW)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서 허술한 부분을 드러낸다. '왜 저럴까?'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에 설명이 배제된 부분이 많았다. 촘촘하지 못한 구성과 전개에서 구멍이 보였다.
 
다행인 점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되짚어보다가 떠올랐다. 그 이유는 배우들이 그만큼 허술한 부분을 메웠기 때문이다.
 
촘촘하지 못한 이야기 구성을 따질 틈 없이 긴박하게 몰아닥치는 이 영화는 배우들의 힘이 그만큼 작용했다. 만약 이 세 배우가 아니었다면 영화 보는 내내 '현실감이 없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을 당시 영화관계자들 사이에서 크게 입소문이 났다. 호평이 잇따랐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나온 뒤에는 '시나리오만큼은 안 나왔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입봉 감독의 한계점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주 허름한 아파트와 마치 강남을 연상시키는 대형 아파트의 대조, 화려함과 어둠을 대비시키는 등의 연출로 '인간의 비틀린 욕망'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것은 허정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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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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