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 기자] 앵커 : <토마토인터뷰> 시간입니다. 최근 언론에서는 포털업체들의 횡포를 비판하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중소업체를 억압하고, 수익 극대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정치권에서 규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산업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문제접근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실제 포털업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작았던 게 사실인데요. 네이버의 한종호 정책이사님(이하 한 이사)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시장지배력의 실체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세간에서는 검색점유율 70%, 시작페이지점유율 50%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나요.
한 이사 :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은 단독으로 시장점유율 50% 이상 혹은 다른 기업과 합쳐서 75% 이상을 갖고 있을 때 가능합니다. 다만 인터넷 분야에서는 시장을 획정하는 작업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나의 업체가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특정 방송의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방송시장 전체 점유율에 일치시키지 않은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따라서 검색서비스 하나를 시장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2008년 관련 재판에서도 포털의 경우 시장획정이 애매하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검색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토론의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앵커 : 가장 많이 제기되는 비판이 인터넷 생태계 파괴에 관한 것입니다. 포털 본연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정보유통에서 벗어나 부가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이를 시작페이지 혹은 검색결과에 유리한 곳에 노출시킴으로써 여러 중소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 이사 : 포털은 사전적인 의미로 관문이라는 의미인데요. 일부에서는 "관문이라면 자유롭게 정보가 오갈 수 있도록 해야되지 않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포털이란 검색 기반의 정보 매개 서비스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즉 이용자들이 찾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정보가 외부에 있다면 잘 찾아서 보여주고, 만약 없다면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보여주는 것이죠. 다시 말해 내부냐, 외부냐 문제보다는 이용자 만족이 우선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정보의 품질이 높으면 자연스레 검색결과 상단에 오르게 되고, 다른 중소사이트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를 받아들여 상생의 관점에서 외부사이트를 우대하고자 합니다.
앵커 : 공정성에 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요. 네이버 검색결과에 따라 콘텐츠업체들은 이익을 얻거나 피해를 입곤 합니다. 예를 들어 검색결과 상단에 위치할수록 유리할 테고, 하단에 위치하거나 아예 검색결과에 없다면 불리할 텐데요. 이를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이사 : 검색이란 결국 정보를 차별하는 것이죠. 중요도에 따라 비교, 나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차별이 공정한 원리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요. 앞서 언급한 그 기준을 알고리듬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를 공개할 수 없는 것은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혹은 도박사이트가 상위에 올라가면 안되겠죠. 구글과 같은 해외 검색업체들도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네이버가 여러 가지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벤처업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어떻게 보십니까.
한 이사 : 그런 지적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꼭 옳다고 보진 않으나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이른바 '열린 시장'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구글이 야후를 이길 수 없었고, 애플이 노키아를 이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 모바일 메신저도 통신사나 삼성전자가 관련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벤처기업인 카카오톡을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터넷산업 특성상 서비스 경쟁력만 있다면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용자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해줍니다.
물론 우리도 모든 서비스를 직접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의미가 그러하다는 것이며, 중소벤처들이 만들기 어려운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입니다.
앵커 : 미국과 유럽에서도 구글이 비슷한 문제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요. 해외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 이사 : 구글 역시 이용자들의 검색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예컨대 예전 구글에서 날씨를 검색하면 '웨더닷컴'이라는 외부업체의 콘텐츠가 검색결과 상단에 떴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직접 날씨정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검색결과 자리가 바뀌었고, 불공정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이용자 효용이 증가한다면 피해기업이 생기더라도 구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혐의 판정을 내렸습니다. 해외에서도 이용자 효용이 독점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앵커 : 대체로 이사님 말씀은 이용자 편의성이 올라갔다는 점에서 기존 독점과는 다르다는 주장인데요.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산업 전반적으로 지나친 경제 집중화는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형 인터넷기업으로서 어느 정도 책임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 이사 : 맞습니다. 그 문제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 만족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생태계 관점에서 사업전략을 만들어야겠다"는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네이버는 선도기업으로서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앵커 : 얼마 전 상생안을 내놓았다고 하는데요.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 이사 : 핵심은 이용자 효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파트너사들과의 상생의 제휴관계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먼저 콘텐츠기업들이 네이버를 통해 더욱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요.
좋은 콘텐츠와 혁신적 아이디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휴 파트너들과 상생의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 정치권에서는 포털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한 이사 : 네이버가 검색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불공정한 행위를 한다면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고 보고요. 현재 공정위로부터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칠 게 있다면 과감히 고치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산업 규제는 공정거래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 현행법으로도 가능합니다. 새로운 규제를 인위적으로 만들면 인터넷 산업 전체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이용자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