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2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된 LIG그룹 일가 모두에게 검찰이 중형을 선고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마지막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 심리로 결심공판에서 열린 구자원 LIG그룹 회장(76)에게 징역 8년,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2)에게 징역 12년,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40)에게 징역 8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와 함께 오춘석 LIG그룹 대표이사(53)는 징역 8년, 정종오 전 LIG건설 경영본부장(58)은 징역 7년, 김모씨 등 재무관리팀 직원 2명은 징역 6년을 각각 구형받았다.
검찰은 "LIG건설은 회생절차를 개시하기 10일 전까지 CP를 판매했고, 투자자들이 CP를 사들이는 사이 오너 일가는 담보로 잡힌 재산을 회사돈을 동원해 회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상환능력이 없는 회사가 막대한 규모의 기업어음을 판매한 것으로 단순 채무상환 능력을 상실해 부도처리된 사건이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외국에서는 '폰지 사기'의 경우 수십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점을 언급하며 "LIG건설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허위로 투자자를 유치해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구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저의 불찰로 고통을 겪는 모든이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힘닿는 데까지 피해회복을 위해 애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사람은 없고, 열심히 회사일을 하다가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주고 임직원에게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구 부회장은 "LIG건설이 무너지고 '오너의 아들'이라 이유도 없이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며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비난을 받아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되고 극단적 생각도 했으나 부모와 가족, LIG그룹 임직원을 생각해 그럴 수 없었다"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마련해주면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도 이날 최후변론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하며 마지막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2010년 9월 LIG건설의 사정이 어려웠던 건 사실이나 회복불능 상태는 아니었고, 그룹의 지원을 받다가 외부 원인이 악화해 2011년 3월 회생신청을 냈다"며 'LIG그룹의 회생을 지연시켜 오너 일가가 이득을 취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만약 당시 LIG그룹이 LIG건설에 지원을 계속했다면 이는 그룹 계열사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실패 사안을 기획사기로 처벌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LIG건설 명의로 2200억원 규모의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그룹 최대주주인 구 부회장을 구속기소하고, 아버지 구 회장과 동생 구 전 부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오너일가와 함께 사기성 CP발행을 공모한 오 대표이사와 정 전 경영본부장을 구속 기소하고, 재무관리팀 직원 등 2명을 불구속해 LIG그룹 관계자 7명을 재판에 넘겼다.
LIG그룹 일가의 선고공판은 다음달 13일 오전 10시 이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