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1억3000만원요? 그 가격으론 보증부 월세밖에 못 구해요. 전세를 찾는다면 2억원원은 있어야죠. 이것도 다른 사람이 계약하기 전에 서두르셔야 해요."(용산 B공인 관계자)
용산에서 1억원 중~후반대 입주 가능한 전셋집을 문의하자 공인중개사는 "다른 단지에서도 그 가격대 전세 물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준공 35년 이상된 전용 76㎡ 1층 아파트도 2억원 이상은 줘야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9월 전세대란 우려가 심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셋집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전셋값이 껑충 뛰어올라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실제 교통이 편리하고 학군이 우수한 서울 주요 지역에 전셋집을 알아본 결과 주 단위로 전셋값이 몇 백만원씩 오르고 있다. 실시간 상승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신혼부부·학군수요 몰리는 주요 지역 전셋값 '껑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1977년 준공된 용산구 산호 아파트 전용 76㎡ 전세가는 지난 4월 1억8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6월에는 2억원에 거래됐다. 1999년에 준공된 인근 강변삼성스위트 전용 85㎡ 전세가는 4월 2억8000만원에서 현재 3억1000만원까지 뛰었다.
학군수요가 몰리는 목동도 상황이 비슷하다. 목동신시가지1단지 전용 90㎡는 4월 3억5000(10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6월에는 4억5000만원(7층)까지 실거래가가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는 "가격이 올랐지만 물건이 없어 전셋집 구하는 사람들이 이미 예약을 많이 해 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 시세 기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전세도 올 초 3억75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 뛰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44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보니 전세 매물이 나오긴 하지만 예전보단 확실히 줄었다"며 "집 수리가 잘 돼 깔끔한 집들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눈높이 낮추고, 예산 늘리고, 입주날짜 당기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최봄이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전셋집이 급한 실수요자들은 집주인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출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인터넷을 검색해 시세 조사를 하지만 막상 중개업소에 전화해 문의하면 가격이 더 비싼 것이 현실이다.
주 단위로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새로 나오는 물건은 호가를 더 높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호가보다 가격이 낮은 물건은 입주날짜 맞추기가 까다롭다.
목동 P공인 관계자는 "목동 220단지 아파트 전용 84㎡는 전세로 나온 집이 단 한 곳뿐인데 8월 말 입주하는 조건으로만 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예 다세대·연립 빌라를 추천하는 중개업소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Y공인 관계자는 "2억원 미만으로 신혼부부가 살 만한 전셋집은 구하기 어렵다"며 "대출을 받든지 아니면 가격대에 맞는 빌라를 구해봐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전세물건은 없어서 못 팔고 있어서 중개업소 간 경쟁도 치열하고 집주인도 마음이 쉽게 바뀐다"며 "전세가가 비싸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으면 보증부 월세로 돌리거나 호가를 더 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어 "비수기에도 집주인 우위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