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제약업체 '녹십자'가 독점 생산 판매 중인 의약품 공급 요청을 거절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사진제공: 공정위
20일 공정위에 따르면 녹십자는 정맥주사용 '헤파빅(사진)'이란 의약품을 국내 독점 생산 판매하는 업체로 의약품 도매상 A와 1년간(2010년 5월1일~2011년 4월30일) 물량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고도 A의 헤파빅 공급 요청을 거절했다.
녹십자는 당시 '물량이 한정돼 있어 추가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댔는데 녹십자엔 이미 전년도 헤파빅 초과생산물량이 있었고 수시로 소량 공급하는 거래방식을 고려하면 공급여력이 있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A는 수차례에 걸친 요구에도 녹십자가 헤파빅 공급을 거절하자 다른 도매상 B로부터 헤파빅을 공급 받아 납품을 약속한 서울대병원에 이를 조달했다.
하지만 A는 당초 녹십자와 계약한 것보다 높은 가격에 헤파빅을 구입하게 된 데다 서울대병원에 납품 지연 배상금을 무느라 1억5000만원 상당의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공정거래법 '거래 거절' 조항을 적용, 녹십자에 제품 공급 요청을 거절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다거나 거래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과징금까지는 부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성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대형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때 특정 도매상 위주의 거래가 이뤄져 제약업체가 약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이 있었다"며 "이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의약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게 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