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KBS의 정치적 독립과 수신료 문제를 연결시키면 TV수신료 인상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이사회 주최로 열린 'TV수신료 현실화 서울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어느 나라든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있을 수 없다"며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 시청자와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2년 간의 TV수신료 동결은 KBS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 한국의 정치권력과 공영방송의 숙명적 관계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보다 정치적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윤식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옴부즈맨은 일종의 중재제도로, 영국과 캐나다 공영방송에서는 권위있는 저널리스트가 옴부즈맨으로 참여해 시청자와 방송제작자들 간의 차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 교수는 "중재조정 장치를 마련하면 작은 일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며 "옴부즈맨 같은 중재위원회를 KBS이사회가 합의하는 인물들로 구성한다면 대형 노조 파업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는 정서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통신요금은 월 20만원 가량 지불하면서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저항감을 갖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KBS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시민의식의 결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헌 변호사는 "방송법상 KBS의 원칙적 재원은 수신료가 돼야 한다"며 "지금은 매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KBS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공적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자리에서는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한 의지가 결여돼 있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KBS 구성원들에게서는 각오가 보이지 않는다"며 "아직도 KBS는 수신료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KBS가 공영방송이라면 지금처럼 1970년대식의 계몽적인 프로그램으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더 치열하고, 도발적이고, 문제가 되는 금기를 끄집어내야 한다"며 "MBC 'PD 수첩'보다 고발성 강한 시사 프로그램, 사회적 약자, 정치적 소수자 문제를 끌어내겠다는 약속이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통 전략의 부재가 문제"라며 "현재의 설득 구조로는 KBS 구성원들과 야당 의원,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어린이 방송이나 교양·다큐멘터리 등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서 좋은 콘텐츠를 내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 추천 한진만 KBS 이사는 '반쪽짜리 공청회'라는 지적에 대해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양보"라며 "양보의 여지가 없으면 불통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길영 KBS 이사장은 "명확한 반대의견이 없어 안심이 된다"면서도 "야당 추천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