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정부, 임대차 대출 '듬뿍'..고개드는 DTI 논란

"가계부채 관리한다던 대의는 어디갔나"..상대적 박탈감

입력 : 2013-08-21 오후 3:02:3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 규제에 대한 불만이 다시 모락모락 확산되고 있네요.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하던 정부가 임대차 시장에 은행돈을 뿌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수도권 주택 소유자들이 이전 정부 때부터 몇 년째 폐지해 줄 것을 요구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가계부채 부실의 기폭제로 주홍글씨를 새겨놓고서 말입니다.
 
오는 23일이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의 첫 상품이 출시됩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전셋값 폭등에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를 위해 새로운 은행 대출 상품을 만든 것인데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과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2가지가 있습니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은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금융기관에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양도한 경우 금융기관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때 전세대출의 담보력이 강화돼 대출 금리 인하요인으로 작용하죠. 대출한도도 확대되고요.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금 해당액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혹시 모를 이자 미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보증을 서주기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월세자금 대출대상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확대하고, 대출대상자도 신용등급 6등급에서 8등급까지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대출한도는 종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고 보증한도는 80%에서 100%로 높일 방침입니다.
 
이처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 서서 은행 대출을 도와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주택 소유자들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를 위협한다면서 정부가 전세시장에 대출을 남발하는 불균형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죠. 본인들이 주구장창 요구했던 DTI와 같은 금융 규제는 풀지도 않으면서.
 
현재 DTI 규제는 수도권에만 존재합니다. 부동산호황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지방은 DTI가 뭔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적용이 안되니까요. 2~3년 후에나 살게될 미래의 집, 분양 아파트의 집단 대출도 DTI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주택 거래가 급한 수도권 주택시장에만 금융 규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 제고라는 대의를 들이밀면서 말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 거주하는 한 소유자는 "정말 가계부채가 위험하다면 대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DTI규제는 필요한 정책일 것이고 그에 따라야겠죠. 그런데 이런 식은 아니지 않나요. 임대차 시장에는 은행 대출을 이용해 돈을 퍼주고, 지방과 건설사에는 계속해서 돈줄을 열어주면서 말입니다. 수도권에 집가진 사람이 무슨 죄가 있어 차별받아야 하나요"라고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장기 침체에 지친 하소연이겠죠.
 
전세난으로 인한 고통을 당장 줄이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만큼 괜찮은 진정제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도권에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전셋값이 향후 매매시장을 부양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아프기는 전세나 매매나 매 한가지입니다. 본인들에게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수도권 집주인들은 정부가 야속하기만 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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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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