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차세대 지휘자 발굴과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서울시향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래가 기대되는 신진 지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명훈의 '지휘 마스터클래스'가 내달 2일 개최된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인 정명훈이 직접 참가 지휘자들의 멘토로 나설 예정이다.
'지휘 마스터클래스'는 서울시향에서 중·장기적으로 계획 중인 전문 음악가 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서울시향과 공익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췄거나 해외 객원 지휘자로부터 추천 받은 검증된 신진 지휘자 여섯 명을 대상으로 열리며, 각 참가자마다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30분씩 지휘하게 된다.
이번 '지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하는 지휘자는 박준성, 백윤학, 서진, 최수열, 홍석원, 리오 쿠오크만 등이다. 박준성은 올해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 자리에 올랐고, 백윤학은 현재 미국 뉴저지 글로리아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서진의 경우 스페인 카다케스 국제지휘콩쿠르 본선에 진출했으며, 최수열은 국제 앙상블 모데른 아카데미 지휘자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선발된 바 있다. 또 홍석원은 지난해 독일 음악협회 선정 10명의 미래의 거장에 선발됐으며, 리오 쿠오크만은 미국 시카고 게오르그 솔트 지휘 콩쿠르 최종 결선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서울시향은 이번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서울시향의 지휘자군 확보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매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판단에 따라 이번 마스터클래스 참가자 6인에게는 서울시향 공익사업 연주회의 지휘 기회를 제공하거나 지휘자군 영입 검토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향후 서울시향은 정명훈의 '지휘 마스터클래스' 외에 현재 진행 중인 진은숙의 '작곡 마스터클래스', 알렉상드르 바티의 '브라스 아카데미'와 더불어 '타악기와 호른 아카데미', '레코딩 아카데미' 등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인재 양성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명훈 예술감독은 "젊은 사람, 경험 없는 사람에게 보통 오케스트라를 맡기지 않지만 사실 지휘자에게는 오케스트라가 악기"라며 "어렵지만 그래도 재주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예술감독은 "지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뉴욕과 이탈리아에서 받았던 마스터클래스가 큰 도움이 됐다"며 "지휘자라면 결국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배워서 궁극적으로는 자기 요리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마스터클래스가 오케스트라와 연습할 기회,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명훈 예술감독과의 일문 일답.
-지휘 마스터클래스를 맡게 된 소감은?
▲이번에 60세가 됐는데(웃음). 특별히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60세이니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음악활동을 하는 것은 조금 덜 하고, 후배들에게 도움되는 것이나 사회에 도움될 수 있는 것을 더 찾아서 많이 했으면 좋겠다.
-6명의 지휘자를 선정할 때 기준은 무엇이었나?
▲직접 아는 사람은 한 명이고, 다른 사람은 모두 추천을 받았다. 마스터클래스를 하면서 첫 번째 해야할 일은 우선 재주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 다음 할 일은 오케스트라와 연계 시키는 것이다.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장기적 계획은 무엇인가?
▲자세한 것은 오늘 말씀 못 드린다. 솔직히 말해 제일 힘든 게, 특별히 재주 있는 사람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마스터클래스라고 해서 지휘법을 가르쳐 주는 쪽으로는 안 갈 거고 연주활동 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예정이다. 그들의 지휘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해주겠지만 사실 우리 쪽에서는 그 6명 중 누가 특별히 재능이 있고, 밀어줄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요즘들어 지휘 공부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비엔나에 갔을 때 보니 연주보다는 지휘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6명뿐만 아니라 매년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면서 기회를 늘릴 생각이다.
-6인에게는 서울시향과의 협연 외에 어떤 기회가 또 주어질 수 있을까?
▲첫째로 오디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 모든 것이 자기 하는 것에 달렸다. 오디션에 통과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더 줄 것이다. 음악 연주자라는 건 일평생 오디션을 보는 과정이다. 나도 연주 할 때마다 청중들 앞에서 오디션 하는 느낌이다. 음악이 별로이면 청중이 다음 번에 다시 안 올 거다. 객원 지휘자로 오케스트라 지휘를 갈 때도 사실은 다시 초대받기 위한 오디션인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힘들지만 그게 우리 생활이다.
-지휘자에게 필요한 자질이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경험상으로는 지휘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쉽다고 볼 수도 있다. 악기 하는 것에 비해서는 그렇다. 팔만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되니 시작할 때는 신날 수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힘들어진다. 나만 해도 스스로에 대해 이제서야 '젊은 지휘자'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여태까지는 '진짜 지휘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휘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에게 간단하게 1분 안에 지휘 테크닉을 가르쳐줄 수 있다. 1분 안에 지휘 테크닉을 다 보여줄 수 있다. 네 가지 테크닉을 알면 다 아는 것이다. 그러나 1분의 테크닉을 30년 해야 다섯 번째 테크닉이 가능하다. 이 다섯 번째까지 가는 제자들이 많지 않다.
멀리 갈 수 있는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을 골라야 하는데 그걸 판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적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사실 음악적 재능보다 개성이 강해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지휘자는 걸어 들어오기만 해도 분위기 잡히는 사람도 있지 않나. 또 리더십 같은 것도 개인의 성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음악적으로 훌륭해도 지휘하는 게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음악적 재능과 개성, 이 두 가지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 사람을 찾을 예정이다.
-미래의 후배를 키우는 것 외에 음악가로서 품고 있는 꿈이 있다면?
▲꿈이 있냐고 물으면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하는데 2~3년 전까지는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대답하곤 했다. 나는 실제로 꿈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고로 좋아하는 그것을 일평생 했다. 특별히 어느 오케스트라와 하고 싶다는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북한의 음악가들을 재작년 만나고 작년에 파리에서 함께 연주회를 열었을 때 느낀 게, '내게 항상 꿈이 있었구나' 싶더라.
사실 한국에서 먼저 이런 공연을 추진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야 하는데 상황이 어렵고 해서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먼저 연주한 것이다.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북한 은하수 교향악단과 연주할 때도 '혼자 가서 연주하는 게 아무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절대로 이게 목적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남북 음악가들이 같이 모일 수 있게 하는 게 지휘하는 조건이다'라고 했는데. 이북 음악가들과 우리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게 꿈이다.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름으로 조우하려 했는데 아직까지는 정치적으로 너무 막혀 있다. 일평생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