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국내 이동통신의 2위 사업자 KTF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KT와 합병 이후로 모두 미루는 듯한 올해 사업계획을 내놨다. 또 사상처음 매출 8조원대를 돌파하는 등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도 배당 계획을 합병 이후로 미루는 등 'KT눈치보기'가 극심해 논란이 예상된다.
조화준 KTF 재무관리부문장(전무)은 28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T에서 합병법인의 (올해) 가이던스를 공개한 적이 있다"며 "합병KT의 합병 가이던스를 참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주 KT는 실적발표에서 합병회사의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19조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전이익) 5조원, 설비투자 3조2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KTF의 가장 큰 정책적 이슈로 부각될 주파수 재분배에 대한 계획도 정해진 것이 없이 KT와의 합병 이후로 미룬다는 KTF의 공식 입장이다. 조 전무는 "(미리) 사용댓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며 "경기침체와 정보통신 산업의 어려움을 내세워 합리적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고 원론적 설명을 되풀이했다.
조 전무는 또 "3G나 차세대 네트워크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는 말하기 어렵다"며 "저주파 대역 확보는 전략적인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800Mhz 대역에 대한 KTF의 확보 전략은 매출 증대보다는 경쟁사인 SK텔레콤에 대한 견제 목적이 더 크다는 얘기다.
조 전무는 "(합병되면) 일부 의사비용이 절약될 것이며 결합서비스가 강화되고 영업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KT·KTF는 유무선위원회를 이미 운영 중이며, 다양한 결합상품을 선보이고 있어 합병 시너지 발굴도 KTF가 주도적으로 하기 보다는 KT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KTF는 주주환원 정책마저 보류했다. 조 전무는 "합병 정책으로 유동성에 촛점이 맞춰져 재원 비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금배당이나 자사주 매각은 계획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무는 "합병이 순조로우면 합병 법인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새롭게 세울 예정"이라고 밝혀,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따른 주주 이익실현보다 대주주KT와 합병성사 선물로 대체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KTF는 돈이 별로 안들어가는 계획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HSUPA(고속상향패킷접속) 확대는 84개 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HSUPA는 별도 하드웨어 투자는 크게 없고, 소프트웨어 확충만으로도 가능해 KT합병 이슈와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책중 하나이다.
조 전무는 이어 "와이브로와 결합상품의 장점은 들 수 있지만 통합법인에서 자세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통합 KT가 신성장 동력으로 꼽는 'KT+와이브로'정책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통합 KT에 대해 KTF가 특별히 말할 것이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F는 이 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9502억원, 서비스매출 1조5342억원, 영업이익 2077억원, 당기순이익 10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KTF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한 해 매출 8조원대를 돌파하며 매출 8조3462억원, 서비스 매출 5조9842억원, 영업이익 4544억원, 당기순이익 164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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