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연립정부가 붕괴한 아이슬란드에 이어 영국도 경제와 집권당이 붕괴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8일 인터넷판에서 아이슬란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영국을 비롯해 라트비아, 그리스, 우크라이나, 니카라과 등 5개 나라를 꼽았다.
FP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위기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런던은 외신들 사이에서 '템스강의 레이캬비크'(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라는 오명까지 붙은 상황이다.
현재 영국의 경제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와 비견될 정도.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5%가 감소했고, 유럽연합(EU)은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8%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말께에는 실업률이 8%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인의 23%가 자신의 채무 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답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경제가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부닥친 것은 전통적으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금융 부문에 경제가 더 많이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다. 현재 영국의 시중은행들이 해외에 진 빚은 GDP의 2배가 넘는 4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경제 상황 악화와 맞물려 영국의 정치 리더십도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경제위기 초반에는 주도적인 대응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었지만,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여기에다 영국 정부가 금융권의 상당 부분을 국유화한 것은 '소비에트 브리튼'이라는 또 다른 오명을 얻게 했다고 FP는 비판했다.
이어 FP는 라트비아의 경우 외국자본 투자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늘어가는 외채규모와 낮은 저축 등으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경제기반이 가장 취약한 수준에 몰렸고, 그리스도 경제위기로 국가 채무가 GDP의 9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철강 수출국 우크라이나는 세계수요 급감으로 거의 모든 제철소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해외 거주 자국민이 보내오는 외화에 크게 의존해온 니카라과 역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며 송금 규모가 줄고, 주요 수출품목인 커피 가격도 급락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