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인터뷰)허명 부천대학교 부동산금융정보학과 교수

"취득세 인하 발표 후 시행시기 최대한 줄여야"

입력 : 2013-08-28 오전 8:16:20
-앵커 :  <토마토인터뷰> 시간입니다. 내일이면 전월세 대책이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월세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른 대책인데요. 부천대학교 허명 교수와 함께 8.28전세대책과 이와 관련된 부동산시장 현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내일 발표될 전월세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허 교수 : 전세난 해소책의 일환으로 무주택 서민ㆍ근로자가 주택을 쉽게 살 수 있도록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또 가을 이사철에 맞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매입ㆍ임대 주택의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월세 소득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서민ㆍ근로자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손봅니다. 현재 부부합산 소득 4,500만원 이하 서민ㆍ근로자가 현재 85㎥이하,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연리 4%로 1억원까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정부는 주택 기준 가액을 5억원이나 6억원으로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한편, 부부 합산소득을 5천만원~6천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올해 예정된 3만6천가구의 매입·전세 주택의 물량을 늘리고 9월 중에 이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강구됩니다.
 
매입임대사업은 LH가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을 사서 시세보다 30~40% 싼 가격으로 임대해 주는 방식이고 전세임대는 신혼부부, 저소득층이 전세를 얻으면 LH가 집주인과 계약한 뒤 싼값에 재임대하는 것이다.
 
서민 주거부담 완화차원에서는 현재 연간 총액 300만원, 월세액의 50%로 설정된 월세 세입자의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추이를 감안, 월세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것도 함께 검토 중이다. 연소득 5천만원 이하인 현행 조건의 완화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이외에 매입 임대사업자의 요건 완화나 구입자금 대출 등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깡통전세 지원 등이 검토됩니다.
 
금융당국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최근 동일인당 보증한도를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렸는데 추가로 늘리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소득의 2.5~4배인 소득 대비 보증 한도의 확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월세 마련이 어려운 서민을 위한 월세 대출 상품은 내달까지 대부분 시중은행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 월세 대출 상품의 활성화를 위해 신용등급을 9등급까지 받아주고 대출 한도를 5천만원에서 1천만~2천만원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의 월세 보증금 담보 보증을 받아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하고서 세입자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내거나 보증금의 80% 내에서 신용 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상품입니다.
 
-앵커 : 전월세 대책과 함께 취득세 영구인하안도 같은 날 공식 발표됩니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1~2% 가량 낮추는 안입니다. 시장에 가시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가요?
 
▲허 교수 : 정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현행 2%에서 1%로 1%포인트 낮추고, 6억 초과∼9억원 주택의 취득세율은 2%로 유지, 9억원 초과주택은 4%에서 3%로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정부의 취득세 인하안이 정해짐에 따라 시장을 관망하던 사람들이 매매수요로 일정 부분 돌아설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절벽 상태에 놓인 수도권에서도 6억원 미만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해서는 지금도 수요가 탄탄하며, 취득세가 1%로 인하되면 전세금에 돈을 보태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는 나올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소화불량이 심각한 6억원 초과 주택이 이번 방안으로 얻는 혜택이 실질적으로 없는 부분은 아쉬운 점입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인하안 발표부터 시행 시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취득세를 1% 낮추고, 6억∼9억원 주택의 취득세를 현행과 똑같이 유지한 것은 시장의 기대보다는 약한 것이며, 6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지역의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전세가 비율이 65∼70%에 달하는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등은 집값이 더이상 안 떨어진다는 확신만 심어주면 매매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3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1%로 낮춘다는 방안까지 거론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검토된 정부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6억원 이하라는 기준에 거의 대다수 주택이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취득세 인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전체적인 방향이 잡힌 것에도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지금도 중소형 주택은 신혼부부 등이 생애최초 대출상품을 이용해 당초 전세금에다 돈을 보태 집을 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취득세 인하 방침으로 매매수요가 늘어날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취득세 한시 감면으로 9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가 많았는데 취득세 인하가 종료된 후엔 거의 '올스톱' 상태였지만, 앞으로 매매거래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 전월세 대책과 취득세 영구인하로 전세난과 매매시장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허 교수 :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난 해결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같은 대책이 전세시장 안정보다 오히려 전세시장만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의 전세시장은 수급 불균형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지만 목돈안드는 전세주택, 행복주택, 전세자금저리대출, 전월세상한제 등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정책은 전세수요를 장려하는 대책 뿐이어서 전세난만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의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언급할 때마다 전셋값은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표적인 전세안정대책 '빅 3'부터가 그렇다. 우선 '목돈안드는 전세'는 집주인들을 끌어들일만한 동력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고 총 20만가구 공급예정인 행복주택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의 거센 반대와 예산부족 등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가시화되기까지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또 전세자금저리대출은 매매수요 전환이 가능한 전세수요자까지 전세로 눌러앉히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고 여기에 전월세상한제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타고 재부상하고 있습니다.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전세난을 완화할만한 마땅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 리모델링 수직증축, 다주택자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시장 주요대책은 정치적 대립으로 공회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 장려 대책들만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세난은 심화되고 매매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취득세감면종료 이후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는 반면 전세자금은 저리대출로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부채문제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손해가 가지 않고 이점을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심도있게 고려해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월세상한제 등은 임차인 한쪽만 고려한 제도여서 시장에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별개의 시장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 매매시장 활성화로 전세가격 하향조정을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변화가 요구됩니다.
 
-앵커 : 정치권에서는 계약갱신권을 포함시킨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과 정부는 부작용이 너무 커 도입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교수님은 전월세상한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허 교수 : 집주인은 월세를 돌리고 있는 반면 세입자는 전세만 구하려는데서 비롯된 미스매칭의 결과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체 주택 가운데 월세 비중(반전세ㆍ월세ㆍ사글세 포함)은 22.95%로 전세(29.32%)와 엇비슷한 수준이고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택가격 조정기와 맞물린 저금리 추세는 집주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전셋집 품귀현상이 심해지면서 전셋값을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일시에 전세를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고 집주인의 월세 전환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며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는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세 기근은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치솟는 전셋값을 잡을 효과적 방법으로 가격을 일부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다만 전월세 가격 상승이 제한될 경우 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셋값을 크게 올릴 우려가 있고, 시장 개입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습니다.
 
전월세 상한제의 전면 도입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특정 지역에 한해 전월세 상승폭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시점이며 전월세난 해결의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재계약 시점을 분산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만료 후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 외국에서는 임대료에 대한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나요?
 
▲허 교수 :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료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기 때문에 월세에 대해서만 가격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택지공급을 받아 건설하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선 임대금액의 상한제를 적용하고 민간주택에는 3년간 임대료 상승폭이 20%를 넘지 못하도록 인상률 상한선을 뒀습니다.
 
영국의 경우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는 임대용 주택에 대해선 임대료 조정관이 정하는 '공정임대료(Fair Rent)'를 기준으로 정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공정임대료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 임대인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결정됩니다.
 
프랑스는 최초 임대차계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임대료를 인상할 경우 증가율이 전국건축비지수 상승률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하지 못하면 임대인단체와 임차인단체로 구성된 '임대차관계 전국협의위원회'에서 매년 정하는 적정 임대료를 따라야 합니다.
 
미국 뉴욕시는 임대료 안정법이 적용되는 지역의 민간임대주택에 한해 '임대료안정위원회'가 정한 최대 임대료 상승분에 따라 월세를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본은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갱신거절이나 해지통고를 금지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인 규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계약 기간 중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릴 때만 연 5% 이내에서 증액할 수 있는 제한을 두고 있지만 신규로 전월세 계약을 맺거나 갱신할 경우엔 인상폭에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갱신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연 9%) 내에서 인상할 수 있도록 제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임대기간 만료 후 집주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릴 목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거나 과도한 금액을 요구해도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어 요구대로 지불하든지 아니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어 전세난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2003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될 당시 상가 임대료의 급등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를 한다고 가격이 폭등한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이나 전셋값 상승폭이 큰 지역에 한정해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월세만이라도 도입하는 방안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경제적 이념에 매몰되기보다 반복되는 전세난 문제를 풀기 위한 실사구시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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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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