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조직개편..증권업계 '기대반 우려반'

입력 : 2013-08-29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 지원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법무, 세무 등 회원사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조직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반면, 실질적인 운영이 아닌 잦은 조직개편으로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2일 정책지원본부를 신설하고, 경영전략본부를 전략·홍보본부로 개편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외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금융투자산업의 재도약을 견인할 수 있는 회원사 중심의 정책파트너로 거듭난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정책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법무지원실과 세제지원실, 조사연구실을 설치해 회원사 법무·세제업무의 효율적 지원과 선제적 정책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금융투자산업의 위상제고를 위해 경영전략본부를 전략·홍보본부로 개편하고, 기능이 유사한 증권서비스본부와 파생상품서비스 본부를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로 통합시켰다.
 
금투협 관계자는 "기능적 유사성이 높은 증권·파생상품서비스 본부 통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업무지원이 가능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와 운용사 등 대부분의 회원사는 이번 금융투자협회의 조직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법무지원, 세무지원 등 정책지원 기능을 세분화해 조직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회원사 중심의 정책파트너가 되겠다는 금융투자협회의 의지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는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됐다. 증권업계 내 질서유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장외시장 운영, 금융투자업 관련제도 조사·연구, 투자자 교육 등의 역할을 전담한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용되는 이익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자율규제 기능 보유에 따른 공적인 성격상 회원사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과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2009년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사태 당시 업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금융투자협회가 능동적으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아 업계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는 과거 ELW 사태 당시 업계를 대변하지 못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회원사의 법무, 세무업무의 효율적 지원 등을 위한 조직개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회원사 업무 지원 강화를 위한 금융투자협회의 조직개편을 환영한다"며 "특히, 법무지원, 세무지원, 조사연구 기능 등 정책 지원 기능을 세분화해 조직을 신설·정비했다는 점에서 그 동안 세법 등 각종 법률 등의 재·개정 시 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고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모호했던 점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들을 위해 한 걸음 변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며 "향후에 금융투자협회의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금융투자협회의 이번 조직개편이 실질적인 운영이 아닌 형식적인 개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부동산신탁협회 등 여러 업권의 협회가 통합된 가운데 업권과 규모의 차이에 따른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3월 회원사들의 지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신탁업에 대한 전담지원이 가능한 신탁지원실을 신설하고, 기존의 집합투자지원부와 연금신탁지원부의 명칭을 각각 자산운용지원부, 연금지원실로 변경했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회원사와의 소통 부족 해소와 업무지원 서비스 강화에 역점을 두고 선제적 대응과 정책제안 기능 강화를 위한 대외협력추진단과 조사연구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회원사 지원 강화라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형식적이고 구호에 그쳤다는 게 회원사의 입장이다.
 
심지어 이번 금융투자협회의 조직개편에 대해 전시행정의 전형이라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것은 조직의 형태보다는 실질적인 운영"이라며 "여러 업권이 통합되면서 출범한 금융투자협회는 업권과 규모의 차이에 따른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증권업계가 어려울 때 금융투자협회가 나서서 대형사는 대형사대로, 중소형사는 중소형사의 염원과 이익을 위해 일해주면 좋겠지만, 실무자들은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실망보다는 무뎌진 상태로 협회가 괜히 일 벌리고 협회비나 올리지나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금융투자협회가 회원사 중심의 조직개편도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는 다년간의 역사가 있다"며 "형식적이고 전시행정 성격의 조직개편이 아닌 실질적인 노력과 성과를 말할 수 있는 금융투자협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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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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