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회를 찾아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지원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시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만 면담을 수락했다.
박 시장은 28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실에서 전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9월 중순이 오기 전에 무상보육이 중단돼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했다"고 국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시장은 "0~5세 유아에 대한 보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지방자치단체와 아무 협의 없이 결정된 중앙정부와 국회의 일방적 결정이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들은 이런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과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씀에 따라,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김황식 총리가 '향후 지방정부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들의 요청은 중앙정부가 약속대로 (공약을) 지켜주면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맨 오른쪽) 서울시장이 28일 국회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면담을 갖고 무상보육 예산 지원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시장은 임박한 무상보육 대란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한 달 가량의 무상보육 지원금 1300억을 우선적으로 집행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정부가 요구하는 추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가 요구한 추경은, 감추경이 아니고서야,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며 "이건 결코 액수나 정쟁의 문제는 아니다. 원칙과 철학, 고사되고 있는 자치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이 문제는 단순히 서울시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와 인천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똑같이 힘든 상태"라며 "이 부분을 풀어줘서 보편적 복지가 이 땅에 뿌리 내리고 무상보육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박 시장과의 면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을 재차 꼬집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박 대통령을 여러 경로를 통해 면담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면담을 하지 못했다"며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심지어는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박원순 시장의 면담도 차단하는 것은 불통을 넘어 먹통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유아보육법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새누리당에 화살을 돌렸다. 전 원내대표는 "이미 국회에서 합의된 영유아보육법을 새누리당이 법사위에 계류시킨채 태도를 바꿔 발목, 손목 다 잡고 있어 영유아보육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생색은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다 내고 부담은 지자체에게 떠넘기고, 특히 서울시에게 가장 많은 부담을 떠넘기며 방관하는 것이야말로 놀부 심보이자 놀부 행태"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