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며칠 사이
STX(011810)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STX조선해양(067250)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STX조선그룹의 회생이 확실시되면서 마지막 남은 지주사 STX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데다 호재와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극도로 가중됐다.
◇STX 남산타워(사진제공=STX)
호재는 지난 19일 STX의 실사 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300억원 가량 높다는 발표가 나면서 시작됐다. 실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회생과 법정관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지만,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다음날인 20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와 달리 존속가치와 청산가치의 차이가 미미하게 나오자 채권단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과 비협약 채권자도 자율협약에 동참해야 한다는 조건부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27일에는 STX가 아프리카 콩고와 기니에서 6000만달러 규모의 식수개발 사업과 디젤발전소 운영, 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호재가 이어졌다.
이는 STX가 그룹 계열사의 지분 이익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능력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회생이 확정된 STX조선그룹 막차에 올라탈 수 있는 요건이 추가된 셈.
또 채권단이 요구한 '비즈니스 모델 제시'라는 요건도 충족시킬 수 있게 되면서 당일 주가는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이은 호재 뒤엔 악재도 잇따랐다. 지난 29일 STX 회사채 1억3260만원을 보유한 개인 채권자 이모씨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TX 파산 신청을 냈다.
이씨는 파산 신청 사유에서 ▲반기재무제표상 채무 초과 상태 ▲채권단이 비협약채권자에 협약채권자와 동일한 채무재조정 요구 가능성 ▲STX조선해양 지분 100:1감자 동의 등 자산 훼손행위 방지에 대한 부인권 행사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파산신청이 기각될 수 있도록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씨가 보유한 회사채 금액이 전체 금액에 비해 적어 파산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STX의 회생 조건으로 STX 비협약채권자들로부터 만기도래 회사채에 대한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을 감수한다는 확약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토대로 연말에 정밀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STX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STX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중공업(071970),
STX엔진(077970) 등 자율협약을 신청한 주요 계열사의 경우 채권단이 직접 자금지원을 실시했지만 STX는 조건부로 정상화를 실시한다는 데에 형평성 논란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조치에 반발해 이씨처럼 파산신청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어질 경우 채권단의 정상화 추진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STX 뿐만 아니라 STX그룹 계열사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30일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STX팬오션 등 주요 계열사 모두 약세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거래소는 STX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날 하루동안 거래를 중지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코스피200 지수에서 제외됐고
STX팬오션(028670), STX조선해양에 이어 코스피200에 포함됐던 STX그룹주가 모두 빠져나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