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아시아 수비수' 선입견 깬다

입력 : 2013-09-02 오전 10:33:49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 아우스크부르크에 입단한 홍정호. (사진캡쳐=아우크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홍정호(24)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홍정호와 2017년 6월까지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홍정호의 독일 진출로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박주호(마인츠)를 포함해 4명이 됐다.

홍정호는 186cm의 장신 수비수다. 2009년 20세 이하(U-20) 청소년대표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를 지냈다. 2011년에는 카타르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차세대 수비수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낙마했지만 부상 복귀 이후 제주에서 변함없이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홍정호의 이번 독일 진출은 국내 중앙 수비수로서는 3번째다. 심재원 이후 11년 만이다. 과거 한국은 강철(42·포항 코치)과 심재원(36·전 강릉시청)의 유럽 진출이 있었다. 강철 코치는 2001년 오스트리아 LASK 린츠에서 뛰었고 심재원은 2001~2002년 독일 프랑크부르크에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둘 다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기량은 둘째 치고 아시아 수비수를 향한 선입견이 있었다. 당시 유럽은 자국 내 탄탄한 체격조건과 강한 몸싸움을 지닌 중앙 수비수를 더 선호했다. 언어나 문화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후 다수의 선수들이 영국과 독일에 진출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선수들의 기술과 스피드는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강인한 체력과 몸싸움을 요구하는 수비 자리에서는 자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유럽 구단이 많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대부분이다. 손흥민, 구자철, 김보경 등은 모두 공격 자원이며 박주호와 윤석영(퀸즈파크) 또한 중앙 수비수가 아닌 측면 수비수다. 이들은 체격조건이나 몸싸움을 바탕으로 하는 플레이를 펼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줄곧 수비수의 유럽 진출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표팀에서 공수 밸런스를 위해서도 그렇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비 진영을 갖추기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이 필수라는 인식 때문이다. 홍정호의 유럽 진출은 이런 부분에서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도전이 기대된다"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뛴) 구자철과 지동원처럼 나도 이곳에서 발전하길 바란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그의 활약은 유럽 내 한국 수비수들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분데스리가 4라운드까지 마친 아우크스부르크는 2승2패(승점6점)로 10위에 올라있다. 독일 출신의 얀-잉버 칼센 브라커와 에스토니아 출신 라그나르 클라반이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에도 손발을 맞췄다. 현재 아우크스부르크는 이들 외에 마땅한 수비 대체 자원이 없다. 홍정호의 주전 경쟁은 청신호가 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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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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