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 여성파워)④권선주 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여성공채 1기로 35년째 기업은행서 근무
고객으로부터 배웠다.."고객은 인생의 지침"

입력 : 2013-09-05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고객의 목소리는 어느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나옵니다.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총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요구된다는 얘기지요. 여성인력을 금융소비자 쪽에 집중해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게 아니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꼼꼼함과 섬세함 등 여성의 강점을 기본으로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권선주 기업은행 소비자보호센터장(부행장)의 부드러운 말투 속에는 삶에 대한 신념이 뚜렷이 드러났다.
 
권 센터장은 2011년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올해 초부터는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사진제공=기업은행)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은행도 최선의 소비자보호 방법을 모색하다 결국 찾아낸 해답이 권 센터장이었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자리다. 권 센터장은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민원수를 줄이는 것이 아닌 은행과 고객간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해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은행입장에서는 당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과 소비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면 비용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기업은행도 자체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분야에 대한 인력을 보강했다. 기존 2개였던 팀도 3개로 늘렸다.
 
이를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소비자보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권 센터장은 "민원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원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자는 게 금융소비자보호의 실질적인 원칙"이라고 평소의 지론을 설파했다.
 
그에게 고객은 '인생의 지침'이었다. 많은 고객을 만나며 그들의 태도와 인생관을 배웠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가 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게 했어요. 고객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공부했죠. 나를 발전시킨 것은 고객입니다."
 
권 센터장은 자신이 지금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시간 날 때마다 책을 통해 공부한다. 그런 그에게 '준비된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럽다.
 
지난해 리스크관리본부로 자리를 옮기기 전부터 리스크 업무에 대한 준비를 끝내 놓은 그였다.
 
"현장에 있으면서 웬만한 은행업무는 경험했지만 카드사업본부에 있으면서 리스크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죠. 그래서 리스크 담당 직원에게 추천받아 책을 읽었어요."
 
주말에 평균 두 권의 책을 읽는 그는 때로는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상사다.
 
권 센터장은 "질문을 많이 하다보니 직원들이 힘들어 할 때도 있다"며 "모든 리스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빙산처럼 안보이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직원들과 함께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가정에서 어떤 아내이고, 어떤 엄마일까.
 
가정에서도 '준비된 여성'이기는 마찬가지다. 권 센터장에게 아침식사 준비는 철칙이자 자랑이다.
 
"아침밥은 꼭 준비해놓고 집을 나와요. 얼마전에는 주말 새벽 4시에 나가야됐는데 새벽 2시반쯤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해놓고 나간 적이 있어요. 가정과 직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 지키면 가정과 직장에서 조화롭게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 센터장은 그 한 가지를 아침식사로 택했다.
 
스스로의 노력도 있지만 1978년 당시 여성공채 1기로 입사 후 여성임원으로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남편은 물론 자녀들의 힘이 컸다.
 
1998년 IMF 당시 은행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컸지만 남편과 자녀가 원한다면 희망퇴직을 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자녀들의 응원에 다시 힘을 얻었다.
 
"아이들이 당시 (중학생, 초등학생) 어린나이였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 모습이 자랑스럽다면서 퇴직을 반대했어요. 고마웠죠. 저 역시 저의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자체가 교육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화를 통해 저의 경험을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으로, 아내로, 엄마로 조금씩은 다른 모습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소통'이다.
 
그는 "툴이나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소통은 리스크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는 물론 가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만사형통의 근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소통`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그다. 유리천정을 뚫고 여성임원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는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약력
 
▲권선주(1956) ▲1974년 경기여고 졸업 ▲1978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1998년 방이역지점장 ▲2001년 역삼중앙지점장 ▲2003년 서초남지점장 ▲2005년 CS센터 센터장 ▲2007년 PB사업단 부사업단장 ▲2008년 외환사업부 부장 ▲2010년 중부지역본부장 ▲2011년 카드사업본부 부행장 ▲2012년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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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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