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NEW, 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우리집에 괴한이 살고 있다'는 메시지로 스릴러 영화로서 500만을 돌파한 '숨바꼭질'과 5일 개봉한 '스파이'에는 작품을 빛내는 여배우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허정, 이승준이라는 다소 생소한 두 입봉 감독과 합을 맞춘 두 여배우는 과감한 변신으로 관객 앞에 나섰고, 나설 예정이다.
문정희는 '숨바꼭질'에서 애잔하면서도 무서운 주희 역할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문소리는 '스파이'에서 새로운 느낌의 섹시함과 여성적인 매력과 함께 아줌마 같은 억척스러움으로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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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허술함을 메운 문정희
'숨바꼭질'에서 문정희가 맡은 주희는 가난에 대한 열등감이 '사이코패스'와 같은 형태로 변질된 무서운 엄마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기필코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이 영화는 사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부족하고, 현실적인 면도 떨어진다. 관객 머리 속에 뜨는 '왜?'라는 갈증을 풀어주지 못한다.
하지만 문정희가 보여주는 소름돋는 연기력은 이러한 논리의 부족을 뛰어넘는다. 관객들은 영화 내내 긴박하게 그 스토리의 흐름에 끌려간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슴을 쓸어내리고 숨을 돌리게 되는 특별한 현상을 맞기도 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을 맡은 문정희의 힘 때문이다.
기가 죽어있다가도 갑작스럽게 에너지를 표출하는 부분이나, 형이 살던 집의 정보를 묻는 성수(손현주 분)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며 무서운 듯 벌벌 떠는 연기, "이거 내꺼야"라며 눈을 희번떡거리고 경기를 일으키는 연기 등 문정희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극중 배역이 예쁘지 않아서 아쉽냐고 하는데 난 그렇지 않다. 예쁜게 꼭 중요한가. 나는 배우로서 예뻐보이고 있은 욕심보다, 역할에 대한 욕심이 크다. 예쁨을 따라가기보다는 배우로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뛰어난 연기로 영화의 수준을 높인 문정희의 발언은 많은 후배 연기자들이 한 번쯤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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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빛이 된 문소리
'숨바꼭질'에 문정희가 있다면 '스파이'에는 문소리가 있다. 문정희가 '숨바꼭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듯이, 문소리는 '스파이'에서 팔색조 같은 다양한 이미지로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빈다.
'스파이'에서 문소리가 맡은 역할은 남편 김철수(설경구 분)를 쥐잡듯이 잡는 성격 분명한 30대 주부 안영희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남편을 독촉하면서, 바가지도 심하게 긁는다. 그러면서도 남편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도 그리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가지고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소리의 연기력은 감독이 의도한 우리 일상 가정의 모습을 살려낸다. 남편에게 서운함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투리 연기나, 남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너는 내가 구한다'는 일념이 엿보이는 표정 등은 단순 코믹물이 아닌 공감이 있는 작품으로 영화를 끌어올린다.
마치 애드리브 같은 그의 사투리 연기는 영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남편인지도 모르고 "나쁜 XX"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면, 라이언(다니엘 헤니 분)이 자신을 좋아하는 줄 착각하는 장면, 라이언 앞에서 술주정 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평범한 주부부터 새로운 유혹에 이끌리는 여성, 억척스러운 아줌마까지 문소리는 이 영화를 통해 폭넓은 연기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문소리는 "내 연기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다. 아직 많이 걱정스러운 상태"라고 토로했지만, 영화를 지켜본 많은 관계자들은 그의 연기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