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청와대가 G20 의장국인 러시아가 준비한 내용들을 ‘박근혜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통 정치와 경기 침체로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을 외교로 만회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6일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 개최 결과’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에는 ‘G20 정상선언문’에 지역금융안전망(RFA) 역할 강화 문구가 채택된 것을 박 대통령의 핵심성과로 꼽았다.
보도자료 원문에는 “박 대통령이 RFA역할 강화를 위해 IMF-RFA, RFA 상호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대화채널 등 긴밀한 협력체 구축을 촉구”이라고 적혀있다.
또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 등에 대비하여 ‘우리’가 제안한 지역금융안전망(RFA) 역할 강화”라며 박 대통령이 RFA 역할 강화를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자랑은 박 대통령이 RFA 역할 강화를 촉구했다는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
RFA 역할 강화로 위기대응체제가 강해진 덕분에 신흥국들이 미국의 출구 전략에 부정적이었던 입장에서 "신중히 조정하고 명확하게 소통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으로 한발 물러났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근거로 "박 대통령이 선진국-신흥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RFA 역할 강화•IMF 공조 강화는 G20 주최국인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준비한 정책이다.
이 문건의 작성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문건 개요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 작성했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혀있다.
‘개요’ 14~15페이지의 국제금융 구조 개혁(International Financial Architecture Reform) 문항에는 “IFA개혁은 강한 글로벌 경제의 기틀이 되고 균형 발전을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또 효과적인 IFA는 경제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의장국인 러시아는 IMF경영구조의 효율성과 정당성을 늘리는 것을 제안하겠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G20 정상회담에서 ‘IMF 2010년 쿼터와 경영구조 개혁 완성’, ‘RFA의 역할을 강화하고 RFA•IMF간 긴밀한 협력 관계 설립’을 확정하겠다고 적혀있다.
‘러시아 G20 의장국 준비 개요’ 중 RFA•IMF 부분(제공=G20 홈페이지)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업적이라고 주장한 RFA역할 강화, IMF-RFA 정보 공유는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던 정책이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업적’도 러시아 ‘개요’ 문건에 나와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정상선언문에 ‘고용효과가 큰 중소•벤처기업의 창업 및 비즈니스 지원,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innovation) 지원정책 등 권고사항’으로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6일 선도발언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특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업화하는 창업•벤처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설명했고 다른 나라 정상들이 이에 동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개요’ 문건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14페이지 Ⅱ. 직업과 고용(Jobs and Employment)에는 “일부 국가에서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자가 늘어나고, 본인과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G20에 내놓을 고용문제 해법들이 적혀있다.
‘러시아 G20 의장국 준비 개요’ 중 일자리 창출 부분(제공=G20 홈페이지)
해법 중에는 “경화본위제, 재정정책, 작은 업체들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지원 정책으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부분이 있다.
정상선언문의 일자리 창출 문구가 박 대통령의 선도발언의 영향만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G20 태스크포스 의장을 맡은 알렉세이 보브첸코 러시아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G20이 실업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