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함에 따라 국내 경제와 증시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교보증권은 IMF의 이번 발표에 따라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과 달러 강세,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유입 위축 등 세 가지 '악재'가 예상된다고 1일 밝혔다.
◇ 한국경제 마이너스 성장률 불가피하나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2%에서 이번에 0.5%로 대폭 인하함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 기업 매출액의 60%가 수출로 구성된 관계로 글로벌 경제의 침체에 그만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IMF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6.0%포인트나 내려 주요 국가 중 하향 조정폭이 큰 것도 이 같은 높은 대외 의존도가 감안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신흥공업국의 성장률을 -3.9%로 추정함에 따라 사실상 한국에 대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들어 해외 투자은행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잇따랐다.
JP모건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2.5%로 내린 것을 비롯해 모건스탠리(2.7%→-2.8%), BNP파리바(2.7%→-2.8%), 골드만삭스(1.8%→-1%), 노무라증권(1.3%→-2%) 등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정부는 아직 공식 전망치를 작년 말에 발표한 3% 성장목표로 유지하고 있으나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마이너스 경제성장 가능성을 시사해 조만간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울 이코노미스트클럽 조찬 모임에서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장기 침체의 시작으로 보느냐, 일시적인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진다"며 "경기침체의 시작일 뿐이고 올해 1~2분기도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달러강세 가능성…외환 위기 재발하나
IMF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추정해 유로지역(-2.0%)과 일본(-2.6%)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침체가 상대적으로 덜 하고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 강세, 즉 환율이 오르면 상식적으로 국내 수출기업에 호재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금융불안만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더라도 전 세계적인 수요침체로 수출이 그만큼 늘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환율이 1천300원을 오르내렸던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의 '외화벌이'가 이처럼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달러 강세는 달러에 대한 투기 수요까지 불러 일으켜 자칫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까지 제기된다.
교보증권 변준호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는 통상 수출기업에 호재로 여겨지나 현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내 기업이 외화자금을 조달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 코리아?'…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 위축되나
경기침체 회복의 지연과 달러 강세는 위험자산으로 자금유입이 위축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도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시작됨에 따라 외국인들이 대거 '팔자'로 나서며 큰 폭의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계 자금 동향을 보면 헤지펀드와 북미계 자금 유출이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유입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특히 순매수의 경우 지난해 11월은 아시아태평양계, 12월은 유럽계 자금이었는데, 최근 불거진 유럽발 금융 불안으로 유럽계 자금유입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할수록 외국인의 순매수 가능성이 더욱 지연될 수밖에 없어 국내 증시에 수급 불안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변 애널리스트는 "IMF 경제전망에서 보이는 한국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과 달러 강세,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유입 위축 등은 모두 증시에 부정적인 재료들"이라며 "경기 회복 시점의 지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기방어주와 구조조정에서 자유롭고 재무안정성이 높은 대형주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