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2년 전 서울 방배동의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았던 A씨. 최근에서야 중개업소에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전화였지만 A씨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의지를 확인한 A씨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11월 결혼은 앞둔 B씨는 예비신부와 최근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평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지론을 갖고 있는 B씨. 주택 소유의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자기 이름의 집을 마련하기로 한 것입니다. 신혼살리을 꾸릴 전셋집을 알아보는데 지쳐 이자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냥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최근 수도권 주택 거래 시장에서는 빠른 상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집 마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잠재 수요자들이 전세난에 지쳐 매매 시장에 하나 둘 뛰어드는 반면 중개업소의 매각 연락만 학수고대하던 주택 소유주들은 정작 매수자가 나타나자 하나 둘 매물을 회수하고 스리슬쩍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아무래도 지긋지긋한 전세난과 정부의 강력한 집값 상승 시그널 전달이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데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33.2% 올랐습니다. 그 사이 매매가는 9.6% 떨어졌습니다. 전세가와 매매가는 매년 격차를 줄이며 41.0%였던 전세가율은 59.1%까지 올라갔습니다.
집값과 전셋값은 ‘뽀뽀’하기 직전으로 분위기는 흘러가고 있고, 지금같아서는 진짜 할 것만 같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권리관계와 시설이 양호한 전셋집은 급매물가 이상의 시세를 보이는 곳도 있는데요.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음에도 물건이 없어 괜찮은 전셋집 찾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전체 주택량 감축을 큰 줄기로 잡고 각종 규제 완화와 자금 지원하며 시장 구조 변화에 채찍질을 가하고 있습니다.
4.1부동산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외 공공에서 짓는 아파트도 줄이기로 했고, 민간 건설사에도 동참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가 하지 못했던 부동산 활황기 당시 도입된 각종 규제도 폐지 또는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8.28전월세대책은 카운터펀치가 됐습니다. 취득세율을 영구인하하고 1%대 초저리 주택 대출 상품인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서민·근로자 구입자금 지원도 확대했습니다.
전세난이 당기고 정책이 민 구조변화는 수도권 최악의 시장 중 하나인 용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며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끊겼던 용인에는 최근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젊은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용인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집이 없어 바로 입주해서 살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실제 계약도 많이 됐어요. 또 요즘 상승 기미를 보이니까 성급한 분들은 프리미엄 형성 여부도 묻곤 해요"라며 상황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래실종기를 맞은 주택시장에 집을 사줄 구원자들이 등장했는데 그렇게 집을 팔고 싶어하던 일부 집주인들은 그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또 왜 그럴까요?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앞서 거래를 미뤘다는 A씨는 "예전에 2003년에 아파트를 하나 살려만 말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후 앓아누운 적이 있어요. 2006년까지 대폭등이 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요즘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니 괜히 그 때 생각이 나네요. 지방도 결국 공급 부족이 누적돼 최근에 호황기를 누린 건데 서울도 오랫동안 공급이 안됐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거고 생각이 많아지네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팔기 위해 시장에 나온 매물이 넘쳐나던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문제는 이를 사줄 매수자가 없었다는 점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매수자들이 나타났습니다. 팔 물건은 넘치는데 살 사람이 나타난 시장. 드디어 회복을 위한 퍼즐 조각은 모두 모았지만 몇개 퍼즐은 모양을 맞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