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음주운전' 업무상 재해 여부, 사고 주요원인 따져봐야"

입력 : 2013-09-15 오후 12:00:00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사고의 주요 원인을 따져보지 않은 채,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음주운전과 업무 수행과의 관련 정도, 사고 현장에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음주운전 외에는 전혀 없었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조용구)는 김모씨가 "치료비로 사용한 보험금을 반납하라고 한 처분은 위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요양승인취소처분취소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과 달리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추락사고가 음주운전을 한 김씨의 전적인 과실 외에도, 사고 주변 지하공사 현장의 관리상 하자 등 다른 원인이 경합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김씨가 회사 대표의 위임을 받아 2차 회식장소로 자신의 차량에 동료를 태워 이동하다가 사고를 당한 점 등에 비춰보면 운전 행위가 김씨의 업무 수행과 아무련 관련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며 "공단 역시 요양 처분을 할 때 김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고도 운전행위의 업무수행성을 인정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혹여 추락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요양승인 처분을 할 때도 알고 있었던 음주운전 사실을 내세워, 7년이 지나서야 그 처분을 취소해 달성하려는 행정상의 공익이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시했다.
 
A회사의 총무과장이던 김씨는 지난 2004년 9월 동료들과 함께 회식에 참여했다. 회사 대표는 김씨에게 2차 회식에 관한 권한을 줬고,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1%의 주취상태에서 자신의 차량에 동료를 태운채 2차 장소로 이동하다 지하공사 현장으로 추락했다.
 
추락사고로 동료 1명은 사망했으며 중증뇌손상을 입은 김씨를 비롯해 6명은 크게 다쳤다. 또 김씨는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공단으로부터 요양승인 처분을 받은 김씨는 지난  7년여 동안 3억75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아 치료비와 생활비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공단이 지난해 5월 "음주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니 보험급여를 반환하라"고 김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김씨는 "정당하게 받은 보험급여를 반납하라는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김씨는 '음주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요양승인 처분을 받은 것이므로, 뒤늦게나마 보험급여를 반환하라는 공단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부당이득징수권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이라며 "부당이득환수 결정일로부터 3년 전에 지급된 1억2100여만원의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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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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