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가진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상당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경색된 정국을 풀어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 3자 회담은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朴 "대선 개입 지난 정부 일..사과 무리" 김한길 요구 거절
3자 회담에 배석한 김 대표 측 노웅래 비서실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사과하라는 김 대표의 요구를 거절했다.
노 비서실장은 3자 회담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 도움을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을 하려고 한다면 NLL 회의록을 대선 때 폭로했을 거 아니냐.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향후) 재판에서 결과가 나오면 그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했다고 노 비서실장은 전했다.
이에 김 대표는 "판례를 보면 재판의 결과와 상관없이 혐의사실이 입증된 상태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사과는 무리"라고 받아쳤다.
◇朴, 국정원 자체 개혁안 여야 보완 주문
박 대통령은 또 국정원 개혁에 대해선 "국정원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어떤 개혁보다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 이것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면 여야가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2003년과 2006년 한나라당이 만든 국정원 개혁안을 언급하며 "이런 정도 수준으로 개혁안을 내놓아야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 때와 김대중 대통령 때, 집권하던 시절에는 왜 국정원 개혁을 안 했냐"고 응수했다. 노 비서실장은 "김 대표가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 개혁특위를 국회에서 만들어 결론을 내는 게 정답이라고 했는데 박 대통령은 구체적 언급 없이 국정원이 내는 안을 보완해달라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朴 "혼외자 의혹 난리..진상조사 끝날 때까지 사표 안 받아"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커다란 시각차를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은 채 총장을 향해 제기된 혼외자 의혹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지금 난리가 났다. 인터넷을 봐라. 공직자 기강에 관한 문제"라면서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일로 할 수 있느냐. 그것을 방치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그런 일이 터져 나왔는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그냥 놔둘 수 있는 것 아니다. 공직사회는 청렴을 잃으면 안 된다. 법무부 청와대 배후 조정설을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이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채 총장 감찰을 옹호했다.
여기에 김 대표가 이의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당연히 진상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지금까지 혼외자식 문제로 난리가 난 적이 있냐. 임채진이 대기업 떡값 의혹 있을 때 감찰을 받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김 대표의 지적에 "그래서 사표를 안 받는 것 아니냐.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 처리를 안 하겠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 순간 민주당 의총장엔 의원들의 웃음이 터졌다.
◇朴 "국정원 대화록 공개, 합법적 절차로 보고받아"
또한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 돼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했기 때문에 국정원은 신뢰 문제가 있어서 이걸 공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불법으로 공개한 게 아니라 합법적 절차로 공개한 것으로 국정원의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끝으로 노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 "나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말은 안 했다"고 밝힌 뒤 3자 회담 결과 보고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