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국 '베이브 루스 기념관'에 가다

입력 : 2013-09-21 오전 10:47:36
국내 야구계에는 최근 야구박물관 입지 선정이 마무리됐고 고인이 된 '불세출' 최동원의 동상이 제막되는 등 30년 야구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찾는 뜻깊은 작업들이 잇따라 진행 중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춰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의 사례를 찾아본다.(편집자주)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인 캠든 야드 입구 바닥의 야구공(위)을 따라 60차례 이동하면 베이브 루스 기념관에 도착한다. (사진=이준혁 기자)
[볼티모어(미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뉴욕 방향으로 자가용 기준 50여분 소요되는 대도시 볼티모어(Baltimore).
 
'미국 해양무역의 중심'으로 꼽히는 매릴랜드 주의 주도이기도 한 볼티모어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야구 관광'과 '해양 관광'을 위해서 들른다.
 
미국 3대 주요 수족관의 하나로 불리우는 아쿠라리움(Aquarium)과 미국 해군 최초의 선박인 'USS 콘스털레이션'로 대표되는 여러 해양관광지에는 많은 관광객이 언제든지 북적이고, 오랜 역사를 지닌 야구단인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 홈구장인 오리올 파크(Oriole Park)는 경기가 열릴 때 현지 팬들은 물론 외지인도 많이 찾는다.
 
더불어 볼티모어는 세계 야구계에서 유명한 홈런 타자로 알려진 베이브 루스(Babe Ruth)의 고향이자 그가 야구선수로 데뷔한 도시이기도 하다.
 
비록 선수로 보낸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보냈던 그이지만, 베이브 루스는 분명 볼티모어 출신이고 선수 데뷔도 고향의 초등학교와 아마추어 야구단에서 하게 됐다. 프로 팀과의 계약은 1914년 당시 마이너리그 팀이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체결됐다. 그의 생가는 물론 기념관도 볼티모어에 자리잡은 이유다.
 
◇베이브 루스 기념관에는 그가 1915~1935년 기록한 홈런 기록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찬란한 선수 생활과 위대한 기록
 
베이브 루스의 본명은 조지 허먼 루스(George Herman Ruth)다.
 
그는 1895년 볼티모어의 독일계 부모에게서 태어나 유년 생활을 고향인 볼티모어에서 보냈다. 또한 세인트 메어리 공업교(St.Mary Industry School)를 다녔고 가톨릭 사제 마티어스 신부를 통해 야구를 습득했다.
 
타인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과 당시 희귀한 왼손 투수로 유명했던 루스는 1914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통해 전업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그해 7월 미국 명문 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해 본격적인 프로 선수로의 명성을 쌓는다. '베이브'란 그의 애칭이 이름처럼 굳어진 때도 이 무렵이다.
 
왼손 투수이자 강타자로 명성을 날리던 루스의 데뷔 첫 해인 1915년 성적은 18승8패, 타율 3할1푼5리다. 투수와 타자 모두 빼어난 성적이었다. 이후 투수로 주로 뛰던 1916~1918년 각각 23승, 24승, 18승을 올린다.
 
루스가 타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절은 1918년 5월부터다. 주전 외야수 트레이드로 공백이 생긴 외야 대체를 위해 루스를 그 자리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루스는 그해 95경기에 타자로 나서 11개의 홈런포를 쐈고, 그해 4할8푼4리 타율 기록을 남긴다. 이후 그는 확고한 홈런 타자로 자리잡는다.
 
1920년 1월 보스턴 구단주인 해리 프레이저는 신축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Fenway Park) 건설을 위해서 자금융자조건을 내걸고 베이브 루스를 '12만5000달러'라는 엄청난 헐값에 팔아치웠다. 루스에게 양키스 시절이 시작된 이유다.
 
(보스턴은 1903~1918년 16년동안 5차례나 우승하던 명문 팀이었지만 2004년까지 무려 86년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밤비노의 저주'라는 표현이 생긴 계기다. 밤비노는 이탈리아어로 갓난아기(베이브)를 의미한다. 루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구단주로 인한 저주라는 의미다.)
 
그는 이적 첫 해인 1920년 54개, 1927년 60개 등의 홈런을 날리며 당대 최고의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고, 1934년까지 17시즌동안 12차례 홈런왕에 오르며 '714홈런 2217타점, 통산 평균 타율 3할4푼2리'의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캠든 야드의 입구에 위치한 베이브 루스의 동상. 베이브 루스는 1914년 당시 마이너리그 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처음 나섰다. (사진=이준혁 기자)
◇규모는 작지만 소중한 야구 역사의 흔적
 
'베이브 루스 기념관'은 시내와 오리올 파크를 잇는 중간에 있다.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에 즐비한 택시를 타면 10분이면 넉넉하게 닿을 가까운 위치다.
 
대로변이 아니라 찾기 어려울 것이란 편견과 달리 오리올 파크에서 출발하면 가기 어렵지 않다. 생가로 향하는 도로의 인도 바닥에 야구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60개의 야구공을 세면서 찾아가면 어느새 기념관이다.
 
3층짜리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인 기념관은 루스가 태어난 생가에 꾸며졌다. 1960년대 후반의 도심재개발로 철거될 뻔했지만 당시 시장인 시어도어 맥켈딘 씨가 나서 복원캠페인을 벌인 끝에 기념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기념관 입구는 크지 않기에 열렸나 왠지 의심하는 사람지 적잖다고 한다. 하지만 영업 시간(오전 10시~오후 5시, 오리올스 홈경기가 진행되는 날에는 오후 7시 폐관)에는 항상 열려있으니 안심하고(?) 들어가도 괜찮다.
 
매표소이자 기념품점의 맞은편에는 루스의 생애를 압축해 보여주는 비디오 감상실이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지체장애인과 그의 보호자가 영상을 집중해 보고 있었다. 
 
좌측 계단으로 올라가서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도 되고, 반대도 괜찮다. 왼쪽으로 향할 경우 그의 유니폼과 야구공, 배트, 글러브 등을 접할 수 있다. 양키스 시절은 물론 보스턴 시절과 오리올스 시절 유니폼까지 모두 전시됐다.
 
계단을 오르면 보일 2층의 생가 흔적도 주요한 볼거리다. 침대, 벽난로, 흔들의자, 주전자, 재봉틀, 경대 등은 물론 루스의 출생증명서까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가정 모습으로 전설적 거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1층과 2층의 공간이 트인 오른쪽 계단 방향의 벅에는 1915~1935년 루스의 홈런 역사가 연도별로 나뉘어 하나하나 상세히 적혀있다. 그가 얼마나 위대한 홈런 타자였는지 한눈에 느껴지도록 하는 엄청난 역사의 압축 자료이다.
 
이밖에 '500홈런클럽'이란 안내도 그를 알리는 주요 전시물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처음 50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루스 이후로 이 기록은 모두 21명만 이뤘다.
 
클리블랜드에서 온 파블라 야이닉 씨는 "야구는 물론 스포츠에서 중요 장소인 이 곳에 오고 싶었는데 드디어 방문했다"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감동을 잘 느낄 수 있었다"고 기념관에 어렵게 찾은 소감을 설명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찾은 에딘 구에로 씨는 "베이브 루스의 역사는 미국 야구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미국 역사의 중요한 부분이며 세계 야구에도 매우 소중하다"면서 "야구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번 와볼만하다"고 말했다.
 
◇베이브 루스 기념관에는 그를 추억할 각종 자료가 보관돼 있고, 생가의 모습도 남아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베이브 루스 기념관 가는 방법>
  
'베이브 루스 기념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인 오리올 파크와 도보 3~5분 정도 거리로 한꺼번에 둘러보기 편하다. 오리올 파크에서 기념관은 바닥의 야구공을 따라가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더불어 기념관은 '캠든 야드 스포츠 레전드 전시관(Sports Legends Museum at Camden Yards)'과 연계해서 스포츠 기념관 답사 형태로 방문하는 데에 용이하다.
 
볼티모어는 미국 동부 주요도시와 버스로 연결되는 도시다.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 뉴워크 등은 물론 해리스버그나 피츠버그와도 연결 버스 노선이 존재한다. 워싱턴 유니온스퀘어역에 맞닿은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55분(직통)~80분(완행, 최대) 소요된다. 다른 도시에서 기념관과 캠든 야드를 방문하려면 기차보다는 버스가 낫다.
 
오리올 파크 홈경기에 맞춰 간다면 터미널에서 기념관까지 택시를 타면 편하다. 10분 이내로 도착 가능하며, 왠만하면 10달러에 해결된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탈 때 가격을 10달러로서 정하고 출발하는 것이 어려모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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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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