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텍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체제에 합류할 전망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정상화 쪽으로 결론이 기울고 있다.
하지만 가혹한 대가도 기다리고 있다. 포스텍의 대주주인 강덕수 회장은 무상감자를 통해 지분율이 크게 떨어지고, 대신 채권단이 빈 주인 자리를 메우게 된다. 이로써 강 회장은 STX조선해양 대표이사직 사임에 이어 STX그룹과의 연결고리가 하나 더 끊기게 됐다.
업계에서는 STX중공업 대표이사직과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조만간 강 회장이 물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연말로 정상화가 미뤄진 STX 대표이사직 하나뿐이다. 이도 빈 껍데기에 불과해 강 회장으로서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접게 된다.
◇STX 남산사옥 전경(사진제공=STX)
24일 관련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포스텍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포스텍과의 자율협약을 앞두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로는 65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기존주주에 대한 5대1 무상감자를 조건으로, 포스텍에 신규자금 8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포스텍의 대주주인 강 회장은 전체 지분의 87.45%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율협약 조건에 따라 5대1 무상감자가 단행될 경우 지분은 2%대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반면 채권단 지분은 52%로 올라 사실상 소유권이 강 회장에서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간 포스텍은 STX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격인 '옥상옥' 역할을 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지주사인 STX 지분 23.06%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었다. 상반기에 자금 확보를 위해 일부를 매각해 현재 4.88%로 강 회장(8.28%)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포스텍의 주요 사업은 크게 그룹 IT사업과 STX조선해양에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조선 부문 두 가지로 나뉜다. 당초 포스텍의 회생에 부정적이었던 채권은행들은 STX조선해양의 원활한 정상화를 위해 포스텍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강 회장의 개인회사로서의 포스텍이 아닌 채권단 소유의 포스텍이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강 회장으로서는 STX그룹 전체와 포스텍 등 이른바 STX조선그룹의 회생을 맞바꾼 결과가 될 전망이다. 당초 채권단에게 백의종군을 해서라도 그룹을 살리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텍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무상감자를 통한 지분정리와 함께 신규자금을 지원받아 본격적인 정상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텍의 IT사업부문은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조선부문은 STX조선해양에 편입시켜 최종적으로는 포스텍을 정리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텍은 지난 7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포스텍의 IT사업부문을 분할 매각하려다가 일부 비협약채권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