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노령연금 공약 파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파문이 진화될지는 미지수다. 도리어 불통 논란이 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장관들을 앉혀놓고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공약 파기로 들끓는 민심을 고려하면 독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그간 갖은 악재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일방적 하향식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해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내내 정국을 달구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해 지난 8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과 촛불시민들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도 '셀프 개혁'을 주문해 면죄부를 주는 등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경우엔 박 대통령의 말대로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니 무관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문제는 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1호 인사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순방 중 희대의 성추문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5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는 정도로 말하고 넘어갔다.
취임 초반 국무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이 잇따라 낙마한 인사 참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문제로 식물정부 상황이 전개됐을 때 역시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자신이 제안해 성사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는 일방통행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각종 현안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혀 소통하지 못했고, 이는 회담 결렬로 이어졌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직접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이번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관한 입장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복지공약 이행 의지를 내비치면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의 발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전 기초노령연금 지급을 뿐만 아니라 '국민대통합'으로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은 박 대통령이었다.
민주당은 또 다시 국무위원들 앞에서 공약 파기에 대해 언급하겠다는 박 대통령을 향해 "임면권을 가진 대통령이 장관들과 청와대 비서진을 앉혀놓고 공약파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배재정 대변인은 25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청와대 안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박 대통령이 불통 행보를 계속할수록 그가 선장으로 있는 '대한민국호' 내부의 목소리도 반으로 갈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사진=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