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유동성 위기로 벼랑끝에 내몰리며 급락하던 동양그룹주들이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 계열사 매각, 회사채 발행 계획 등 자금 조달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동양그룹은 상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오리온 그룹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오리온 측은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날과 다음날 이틀동안 동양그룹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동양시멘트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는 이달 2200억원, 내달 4300억원, 오는 11월 3400억원 가량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그룹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위기를 맞을 경우 CP와 회사채 등의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위기감에 동양그룹은 화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동양파워 지분을 모두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동양파워의 지분은 동양과 동양시멘트, 동양레저 등 계열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원활히 추진될 경우 만기 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존 예상보다 미뤄지긴 했지만 회사채 발행 여부도 유동성 확보 기대감에 힘을 보탰다.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동양그룹의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은 수요부족 우려감에 당분간 보류됐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충분한 검토 후 회사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과 핵심 계열사 매각 등이 동양그룹의 주요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정부의 방안과 매각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시나리오를 예상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동양그룹 자체가 규모가 크지 않아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확률은 낮다고 본다"며 "향후 채권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양그룹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단기간 주가 급등락보다는 정책 향방을 주시해야 된다"며 "정확한 판단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고 나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동양그룹이 유동성을 순조롭게 확보하더라도 경영환경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핵심계열사를 매각해 만기요소를 커버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재고부담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는 당장 살아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