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일본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일본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일본 은행 역시 동남아에 대한 자금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일본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재정지출 확대·통화 완화·규제 개혁 등 3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쳐왔다.
아베노믹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20% 가까이 떨어뜨리며 엔화약세를 심화시켰고 일본 수출기업들의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일본내 투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 기업들의 자국내 자본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22% 급등했다.
케네스 S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사장은 "일본에는 국내 투자를 이끌어낼만한 유인책이 거의 없다"며 "지금의 성장이 엔화약세와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우려감이 해외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 최대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마쓰다자동차와 혼다자동차는 최근 생산량 증가를 위해 9조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공장은 태국에 짓기로 했다.
올 상반기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일본의 직접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6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자들은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77억달러의 자금을 인출해간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자금흐름을 보인 것이다.
반면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며 가지고 있는 현금자산은 늘었다.
일본 중앙은행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440억달러의 자금을 보유해 현금보유액을 2조2400억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이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벌어들이 순익의 4분의3을 은행에 저축했다는 뜻"이라며 "일본내 공장들의 가치는 투자 속도보다 더 빨리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일본 기업들이 자국내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경우 일본의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이다 다카지 도쿄 소시에트제너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저축에 마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강수를 둬야 할 것"이라며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자본지출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