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퇴직연금제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기 해지 시 패널티를 부과하고, 장기 가입자에게는 혜택을 강화해야 합니다."
박진호 교보생명 퇴직연금사업 본부장은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2013 은퇴전략포럼'에서 우리나라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인출 조건이 해외 국가들에 비해 느슨하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미국은 59.5세 이전에 퇴직연금을 조기 인출할 경우 종합 과세가 이뤄지고, 여기에 10%에 달하는 세금이 붙는다. 일종의 징벌적 과세인 셈이다.
영국과 홍콩은 아예 특정 시기까지 퇴직연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했다. 영국은 55세 이전 퇴직연금 인출이 불가능하고, 홍콩은 65세 전까지 인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했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55세 이전에 인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기 해지 하더라도 퇴직소득세율이 3~5%에 불과해 패널티 자체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또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더라도 최저 연금소득세율이 퇴직소득세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장기 보유로 인한 유인 효과가 떨어진다고 박 본부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퇴직연금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보니 퇴직연금의 유지율도 극히 낮은 실정이다.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19개사의 퇴직연금 계좌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퇴직연금 계좌는 50만2000개가 개설됐으나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계좌는 7만2000개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가입유지율이 고작 14%에 그친 것이다.
박 본부장은 "퇴직연금의 조기 해지는 퇴직 뒤 개인연금이나 국민연금을 받기 전 소득이 없을 시기 버틸 수 있는 '가교'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퇴직연금 해지를 억제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수령 전 해지 시 근로소득세에 버금가는 세율을 부과하는 한편, 현금소득세의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한도를 연간 1200만원으로 상향시켜 장기 유지에 대한 이점을 제공해야 한다고 박 본부장은 조언했다.
박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노후준비와 생활자금 마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보니 개인의 퇴직연금 관리가 허술하다"면서 "퇴직연금은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이 목적인만큼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인출에 제한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호 교보생명 퇴직연금사업 본부장이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2013 은퇴전략포럼'에서 '퇴직연금 이슈와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