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도심 지하형 발전소..여전한 `안전성 논란`

입력 : 2013-09-30 오후 6:06:5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중부발전이 2016년 완공 예정인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두고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발전소는 건물을 땅에 묻는 도심 지하형으로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례기 때문에 자칫 발전소에 사고라도 나면 도심에 큰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 주민들은 "중부발전이 주민과 소통하고 협조해 발전소 건설에 따른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마포구가 도심 복판에 폭발 위험성이 큰 가스 발전소를 짓는 것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중부발전은 27일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발전소)에서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과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복합화력발전소 착공식을 열었다.
 
◇2016년 착공 예정인 서울복합화력발전소와 지상에 꾸며질 공원 전경(사진제공=한국중부발전)
 
이날 중부발전은 "서울화력발전소 1·2호기는 수명이 다해 운전을 정지했다"며 "그 자리에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되 도심 지하형으로 건설하고 지상은 시민에 개방되는 공원과 문화시설 등으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발전소 공사기간은 오는 2016년 9월까지 40개월이며 공사비는 1조181억원이 투입될 예정. 발전용량은 총 80만㎾(1기당 40만㎾)로, 이는 현재 서울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인 30만㎾의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마포와 여의도 등 10만여 세대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화력발전소폐쇄 주민대책위원회' 등 지역 주민들은 발전소의 안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발전소 착공식 때도 현장 시위를 벌이는 등 발전소 건설 절대불가를 외쳤다.
 
30일 박강수 대책위 회장은 "지난해 8월 강원도 삼척시 주택가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났을 때 30여명이 부상하고 건물이 부서지는 등 반경 50m가 완파됐다"며 "1만평 부지에 30m 깊이로 건설되는 발전소가 폭발하면 반경 5km내 서울시 10개구는 쑥대밭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강수 회장은 이어 "가스로 운전하는 발전소를 지하에 묻는 일은 세계 어디에도 없고 건물 지하에 자가 발전기를 놓고 돌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땅속에 가스가 찬다면 폭발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중부발전 관계자는 "폭발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액화석유가스(LPG)로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는 성질이지만, 복합화력발전소에서 쓰는 액화천연가스(LNG)는 공중으로 뜨기 때문에 밖으로 배출이 잘 돼 폭발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전소가 지하 밀폐돼 혹시라도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전소마다 배출시설이 있어 가스 배출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정성 검증은 별도의 용역을 둬서 관리·감독하게 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안정성 문제를 관리하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강수 회장은 "올해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대부분 인재(人災)로 안전관리 요원들의 실수나 오작동으로 발전소가 고장 난 경우가 많았다"며 중부발전이 안전관리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비판했다.
 
◇국내 첫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 전경(사진제공=뉴스토마토)
 
중부발전이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발전소 건설에 따른 갈등을 해결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애초 중부발전 관계자는 "중부발전이 발전소 건설을 두고 해당 지역 주민과 직접 협의하게 된 법적 사항은 없고 마포구가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발전소 건설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소 인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역 주민들은 복합화력발전소가 들어온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반대했는데 마포구청은 주민의 동의없이 발전소 건설을 허용했고 주민협의체는 마포구가 내세운 조직"이라며 "이번 일은 주민투표법상 '주민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이므로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국회도 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이용득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복합화력발전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지하발전소"라며 "6년에 걸친 사업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 미흡 탓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NG를 사용하는 발전소의 특성상 혹시라도 일어날 폭발사고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라며 "사업시행자나 마포구청, 산업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해외전문가를 포함한 대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 또 "도심에서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대규모 발전소는 밀양의 송전탑보다 위험한 시설"이라며 "안전성 검증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나타난다면 발전소의 지하건설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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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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