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1일 국민연금과 현행 기초노령연금은 제도상 보완적 관계라며 둘을 연계해서 차등 지급하기로 결정된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반대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실시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기초연금을 둘러싼 혼란과 불만, 불안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며 "가히 기초연금 사태"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불러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대선 공약에 대해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수급자가 소득 하위 70%가 되고 국민연금과 연계해 감액 지급되리라 상상한 사람이 없었다"며 명백한 공약 후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총리는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약속된 돈을 드리지 못하는데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즉각 "그건 공약 위반이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위반이라고 하기에는"이라며 부인했다.
김 의원은 "공약 파기라니까 처음부터 국민연금과 연계됐으니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면서 "공약집에 있는 말은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한다는 것인데 무슨 말인가. 아무렇게나 해석이 가능하다. 수수께기, 소설책 복선 같기도 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니까 공약 홍보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기업의 광고는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소비자를 현혹하면 안 된다는 거다. 상품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하면 안 되는데 정치광고는 국민들 오해를 유도해도 되냐"고 정 총리에게 따졌다.
김 의원은 또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대신 기초노령연금 점진적 인상안에 합의했다"면서 "그래서 이를 각각 지급해야 한다. 연계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결정된 현행 제도는 "국민연금 지급액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게 되어 있고 반면에 기초노령연금을 해가 갈수록 올려서 (국민연금에서 줄어드는 액수를) 보충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런데 MB 정부 5년 동안 한 푼도 올리지 않았다"면서 "아무튼 제도상 저게 보완적이다. 국민연금에서 돈을 받는다고 기초연금을 깎아선 안 된다. 설계가 완전 뒤집어진다. 국민연금 지급은 줄고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올리자는 것이 원래 설계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기초연금 방향은 기초노령연금 상승분을 깎아먹자는 것"이라면서 "더구나 (당시 여야 간) 합의문에 특별한 조항이 있다. 기초노령연금 병급조정을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급조정은 두 개 이상 복지 수혜를 볼 때 둘 중 하나의 혜택을 깎든가 포기토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 당시엔 국민연금 수급에 따라 기초노령연금을 감액하면 국민연금을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병급조정을 하지 말자고 여야가 합의를 했던 것이다. 한 번도 재론되거나 폐기가 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이를 파기하는 것이고,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깎으려는 이유가 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정 총리는 "당장 노인빈곤 문제가 중대하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즉각 "그게 중요한데 왜 깎냐"고 반문했다. 정 총리는 "현재 353만명에게 혜택을 바로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앞으로 연금제도의 주를 국민연금에다가 두고 거기에 맞춰 설계를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정 총리의 발언에 김 의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총리실 누가 원고를 그렇게 적어주던가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 총리는 다시 한 번 "현재 기초노령연금에 의하면 2028년으로 설계가 되어 있다. 15년 후"라면서 "그러나 지금 현재 당장 노인들이 15년을 기다릴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 있기에 내년부터 당장 353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 의원은 "그건 여야 간 하등의 이의가 없다. 그걸 왜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감액 지급, 삭감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이번 기초연금 제도로 인해서 국민연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변하는 건 기초노령연금 뿐이다. 2028년에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현 제도다. 10~20만원으로 변경해서 반값이 되는 것이 정부가 낸 시행안"이라고 비교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상호 보완토록 설계가 된 상황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국민연금은 변동 없이 기초노령연금에 해당하는 몫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 지급키로 되었으니 "손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지금은 노인 90%에게 20만원을 주지만 2028년이 되면 20만원을 받지 못하고 10만원만 받게 되는 사람이 거의 절반이 된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정 총리는 "그 점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얘기를 드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손해란 걸 인정으르 해야 한다"며 "손해가 아닌데 왜 사과를 하냐"고 되물었다. 그렇지만 정 총리는 "원래 드리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지, 손해랑은 다른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정 총리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했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손해냐 하는 것은 9만6800원 이상은 드리기에"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의원은 "월 10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아냐"면서 "65세일 때 평균 여명(남은 수명)이 통계청에 의하면 정확히 20년이다. 한달에 10만원은 1년에 120만원이고, 20년이면 평균 2400만원이 날라가는 것이다. 2400만원을 깎아먹은 것이 손해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 총리는 또 다시 "기초연금에 대한 부분만 계산하시면 그렇고, 국민연금.."이라고 변명을 시도했다. 김 의원은 정 총리의 말을 자르면서 "국민연금은 변화가 없다니까요"라고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은 "소득이 더 나은 분들은 조금 이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하는 정 총리를 향해 "소득 있는 분들에게 양보를 요구하시려면 부자감세를 철회하세요"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