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파르지팔'의 숭고함, 고스란히 전한 무대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국내 초연

입력 : 2013-10-02 오후 12:33:0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 <파르지팔>이 마침내 지난 1일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초연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국립오페라단의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바그너의 대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국내 초연 무대임을 고려해 내용을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기보다는 정통적인 바그너 음악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공연은 바그너 전문 가수로 손꼽히는 객원 성악가와 국립오페라단의 안정된 기량을 바탕으로 바그너 음악의 숭고함을 진지하게 시연한다.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5시간 반, 공연 시간만 약 4시간 반에 달하는 대작이지만 예상보다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무엇보다도 바그너 음악의 명장이라 불리는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이 빚어내는 섬세하고도 신비로운 오케스트라 음색이 돋보였다. 이날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은 바그너의 명장이라는 별칭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신비감과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차그로섹의 지휘 덕분에 관객은 시공간을 훌쩍 뛰어 넘어 <파르지팔> 속 성배 기사단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차그로섹의 밀도 있는 음악 덕분에 거대한 무대 세트의 전환 과정도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출연 가수 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베이스 연광철도 무대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나이든 성배 기사단 구르네만즈 역의 연광철은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호평 받고 있다. 연광철의 노래와 연기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지만 무대 전반에 걸쳐 안정감을 더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밖에 현존하는 최고의 파르지팔이라는 평을 듣는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는 천둥벌거숭이 같던 파르지팔의 성숙 과정을 훌륭하게 연기해냈고, 쿤드리 역의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는 팜므파탈과 속죄를 구하는 여인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큰 무리 없이 시연했다. 암포르타스로 분한 바리톤 김동섭, 클링조르 역할의 바리톤 양준모도 각각 깊이 있고 개성 넘치는 연기와 노래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무척이나 강렬했다는 점이다. 연출가 필립 아흘로의 무대는 화려한 색채와 입체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도 바그너 특유의 깊이를 잡아냈다. 거대한 나무 세트의 변화와 성배기사단의 변화 모습의 병치는 파르지팔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만이 파괴된 자연 혹은 잃어버린 절대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대형 거울장치를 통해 무대 전면을 비추면서 공간을 대폭 확장해 성배기사단의 신비한 의식과 파르지팔의 방황, 구원의 길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국립오페라단의 <파르지팔>은 오는 3일과 5일 두 차례 더 공연된다. 공연은 1막 95분 후 휴식시간 1시간, 2막 70분 후 휴식시간 30분, 3막 80분으로 나뉘어 오후 4시부터 9시 35분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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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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