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검찰이 참여정부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2일 발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임자가 대북관계 참고용으로 볼 수 있도록 국정원에 대화록을 남기기 위해 수십년간 밀봉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화록 애초에 이관 안돼..'사초(史草) 실종'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대화록은 참여정부에서 생산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기록물 755만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록원에서 보관 중일 때 소실된 흔적 역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간 정치권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는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인지하고 있던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았으니 대화록은 애초에 '실종'된 적이 없는 것이다.
그간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이며, 이들을 통째로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주장한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대화록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 팜스(PAMS)에는 지정 기록물이 아닌 관계로 이관되지 않았을 뿐이며, 청와대 e지원을 복사한 봉하 e지원은 반납 이후 줄곧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이었으니 '사초(史草) 실종'이라는 말 자체가 틀린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본'과 삭제됐다는 '복구본', e지원 탑재 '복구본' 사실상 같아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당시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반납한 e지원 시스템에서 두 개의 대화록을 찾았다고 밝혔다.
하나는 초안과 같은 형태로 참여정부 시절 생산됐다 삭제된 걸 이번에 복구한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봉하 e지원에 탑재되어 있었다고 한다.
"참여정부 당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될 기록물로 분류가 안 됐다"는 검찰의 설명은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사실 자체가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검찰은 지난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한 대화록과 e지원에서 나온 두 개의 대화록에 대해 "문건이 거의 똑같다"면서 "차이는 있지만 내용의 차이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직후 국정원이 녹음파일을 풀어 완성된 대화록은 노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정원과 봉하 이지원에 각각 보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들은 같은 문건으로 분석된다.
◇국정원에 남긴 이유는..후임자 참고용
노 전 대통령이 켕기는 부분이 있어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는 국정원에 대화록을 둔 점으로 볼 때 설득력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없애려고 했다면 재직 시절 원장의 독대도 받지 않았던 국정원에 이를 남겨둘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봉하 e지원에서 '복구본'과 '발견본'이라는 두 개의 대화록이 확인된 것도 주목된다. '국정원본'과 두 대화록의 내용이 거의 같고, '복구본'이 초안 형태라면 완성된 대화록이 필요할 뿐 초안이 불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노무현재단이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초안은 삭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응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재단은 "그럼에도 검찰이 삭제나 복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흡사 의혹의 대상인 것으로 발표하고, 이를 일부에서 마치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정략적인 행태는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지 않고 국정원에 한 부를 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여기엔 "다음 대통령이 향후 대북관계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랬다"는 참여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술이 대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록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이관될 경우 노 대통령 이외에는 누구도 이를 볼 수 없다.
북한 최고책임자의 생각과 발언을 정리한 대화록은 몇십년간 밀봉되기보다는 후임 대통령도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게 노 대통령의 의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간 대화록이라는 기록 자체의 비밀성도 유지해야 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원에 맡기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국정원 보관을 위해 지정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기록관에도 보낼 수 없었다는 것이 대화록 논란의 진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대화록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보관하면서 후임 대통령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참고할 수 있으면서도 지정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 등 열람자는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의 혐의도 피할수 있게 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NLL 정쟁의 소지로 전락하고 만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