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블로그)"세종시 안 가!"..현장국감 위반, 뻔뻔한 국회

입력 : 2013-10-02 오후 6:01:01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국감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이달 14일 시작해 다음달 2일까지 3주간 진행한다고 하죠.
 
이번 국정감사는 '국감장소' 때문에 한번 더 눈길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피감기관 일부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옮겨갔기 때문인데요.
 
딱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국감은 보통 의원들이 피감기관 현장에 직접 나가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국회 해당 상임위의 회의실에서 열리곤 했죠.
 
그렇다면 지난해말 세종청사로 옮겨간 국무총리실이나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이주 뒤 처음 맞는 이번 국감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요?
 
'현장감사' 원칙을 따르자면 의원들이 세종청사를 찾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거리로 보나 숙식여건으로 보나 세종청사 인근은 아직 불편한 환경인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의원들이 당일치기 국감을 위해 세종까지 오기엔 교통이 불편하고, 국감을 준비하는 동안 대거 머물 곳이나 먹을 곳도 마땅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세종청사가 들어선 '분권주의' 취지를 마냥 무시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의원들이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감은 총리실을 빼고 전부 국회에서 진행하기로 했다더군요.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예산문제도 문제지만 의원들뿐 아니라 소속보좌관에 국감 증인도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까지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정무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좀 더 솔직하게 "다른 피감기관도 있고 종합국감도 있고 한데 서울에서 세종까지 왔다갔다 하기 피곤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공정위 관계자도 국감은 국회에서 하기로 정해졌다며 "국감은 보통 해지고 늦게까지 이어지곤 하는데 세종엔 의원들이 딱히 잘 곳도 마땅치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던 모양입니다.
 
현재 세종청사에는 '스마트워크센터'가 설치돼 있는 만큼 국감도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로 대체해보자는 아이디어인데요. 이 역시 미더웠는지 더 이상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감이라면 으레 의원들의 호통과 삿대질 같은 '할리우드액션'을 곁들여야 제맛인데 화상회의로는 이같은 볼거리를 제대로 누릴 수도, 맛볼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개도 나오는 지경입니다.
 
어쨌건 국회와 정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인데 지역의 반응은 이들과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종청사에선 언제부터 의원들의 국감장 할리우드액션을 보게 될까요? (사진=뉴스토마토 DB)
 
세종시엔 올봄 출범한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란 시민사회단체(NGO)가 있습니다.
 
여기서 지난달 "세종청사 정부부처 국정감사는 세종시에서 실시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더군요.
 
이 단체는 "이전한 집으로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고, 다수의 공무원이 있는 곳으로 소수의 국회의원이 방문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는 세종시의 교통, 숙소, 식사 등의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해 여의도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국가정책목표에 의해 태어난 세종시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국회의 권위주의와 국감 편의주의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요컨대 세종을 바라보는 시각엔 편의주의 발상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인데요.
 
어떻습니까. 애향심에 응당 나올 수 있는 소리 아니냐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행복도시 건설이 어떤 맥락에서 추진됐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제에 국회는 세종시를 '관념의 도시'가 아니라 '실체의 도시'임을 직시하라"는 주장만큼은 충분히 꼽씹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멀쩡한 세종시 새청사를 놔두고서 고위공무원 다수가 서울에만 기거하며 업무를 본다는 기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바에야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오는 것이 낫지 않나요? 국가재정이 낭비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이 문제는 '효율'과 '비효율'의 잣대로 따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머지 않아 위정자의 '철학'과 '의지'도 같이 짚어봐야할 큰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점점 커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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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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