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축으로 만들어진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이라는 단어를 빼면서 이미지 쇄신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4일 “협회 개명 추진은 2~3년 전부터 나온 얘기다. 지난 4월 김진호 회장이 공식 간담회자리에서 공론화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회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개명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KRPIA는 ‘다국적’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배타적인 의미를 주고, 특히 다국적 제약사만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강해 개명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개발(R&D) 목적에 맞는 협회명을 만들자는 취지도 있다.
김진호 회장은 지난 4월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목적은 R&D다. 협회명도 이 목적에 버금가게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KRPIA에는 현재 36개 다국적 제약사들이 회원사로 활동하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목소리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KRPIA의 개명을 두고 국내 제약사들의 반대여론이 높아 개명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번 개명추진이 ‘국내 정서를 꾀하려는 술책’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본사 규정을 내세우면서 국내제약과 차별화 하려는 정책을 펼치다, 갑자기 선회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제약 한 임원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정부 제약규제 정책 때문에 ‘배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협회명을 보다 친숙한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 같다”며 “이름만 수정한다고 해서 국민 정서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R&D 목적에 맞는 협회명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명분에 대해 “다국적제약사들 중 국내에 공장을 두고 영업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최근 있던 공장마저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R&D는 본사차원 정책이지,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은 로컬분점이라는 개념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협회개명은 정부의 허가가 떨어져야 가능하지만, 복지부는 현재로서는 허가 의지가 전혀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KRPIA로부터 개명과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전달 받은 적 없다. 올해 안으로 개명허가는 없을 것”이라며 “개명 작업은 여론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