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정국, 檢 수상한 발표에 與 견강부회, 野 실책 합작품

입력 : 2013-10-07 오후 3:24:5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가 다시 한 번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검찰의 석연찮은 시점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새누리당의 사초(史草) 폐기 견강부회(牽强附會), 민주당의 무기력한 대응이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검찰은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는 실시하지도 않은 시점인 지난 2일 대화록이 봉하 e지원에서만 두 개 발견됐다는, 섣부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발표를 강행했다.
 
그러나 여기엔 봉하 e지원의 원본인 청와대 e지원에 대화록이 있는지, 삭제된 걸 복구했다는 대화록이 초본인지 완성본인지 등 논란을 잠재울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각종 억측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삭제'에 방점이 찍힌 검찰 중간 발표를 근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를 감추기 위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며 사초 폐기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없애려고 했다면 국가정보원에 건네진 한 부의 대화록도 폐기했어야 된다. 견강부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6월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한 부분이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도 노 대통령이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에 대한 전권을 위임해줬다고 말해 NLL 포기 논란이 무책임한 모함임을 입증했다.
 
이에 대화록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폐기됐다는 새누리당의 공세는 정쟁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명균 전 비서관 등의 진술을 볼 때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한 부를 국정원에 보낸 것은 후임 대통령의 대북관계 참고용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이유는 규명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선 노 전 대통령이 후임자가 대화록을 열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의 여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지정 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인 김익한 명지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뉴스토마토>가 지난 2일 보도한 대화록 대통령 지정 기록물 미분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의도가 후임 대통령 등이 원활하게 회의록을 열람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15년간 보호하는 지정기록으로는 지정하지 말고 1급비밀기록으로만 분류해서 대통령기록으로 관리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1급비밀기록은 후임 대통령도, 안보수석도, 국정원장도 모두 비밀취급인가자로서 열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혹 이 점을 오판하여 국정원에만 남기도록 하고 청와대본을 삭제하게 했다면 이는 행정 처리상의 오판에 의한 잘못에 해당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의 초기 대응이 부실해 논란이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화록이 지정 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았음이 확인된다면 이를 믿고 대화록 공개를 제안했던 문재인 의원도 일정 이상의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다.
 
문 의원의 결단으로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검색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화록을 찾지 못했고, 이것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가리는 사초 실종 논란으로 전개됐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울러 참여정부 인사 뿐 아니라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은 이유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의 억지 정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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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