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196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유럽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사형당한 고(故) 박노수 전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43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8일 서울고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김동오)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970년 사형 선고를 확정 받은 박씨와 김규남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당시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을 받은 김판수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 영장없이 체포돼 조사 받으면서 고문·협박에 의해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다"며 "참고인의 진술 만으로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판결 직후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법원이 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해 피고인과 유족에게 크나큰 고통과 슬픔을 드렸다"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60년대 영국 등에서 유학하면서 동베를린을 찾은 유학생들이 입북한 사실을 확대해서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대표적 공안 사건으로 꼽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였던 박씨와 민주공화당 현역 의원이었던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고 재심을 청구했으나 형이 집행됐다.
앞서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 결과 당시 중앙정보부가 박씨 등을 영장 없이 불법연행하고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일주일 가량을 불법으로 가둔 상태에서 가혹행위와 강압조사를 벌여 자백을 받아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