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에너지 매각 차질 불가피..동양사태 불똥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권 보유한 동양파워 경쟁자로 급부상
시장가치 비슷하지만 자금확보 시급한 동양파워 대안

입력 : 2013-10-08 오후 2:11:5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에너지 매각 작업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동양그룹 사태로 지분 매각이 확실시되고 있는 동양파워다.
 
STX에너지와 동양파워는 각각 강원도 동해와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가치도 약 1조원으로 비슷하다.
 
화력발전소의 경우 원자력 등 다른 발전소에 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완공 시 두 곳 모두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처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먼저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STX에너지 매각 작업이 주춤한 사이 동양그룹 사태로 동양파워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STX에너지 최대주주인 오릭스는 걱정거리가 늘게 됐다.
 
STX에너지 최대주주인 오릭스는 지난달 27일 STX에너지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입찰 결과 GS-LG컨소시엄과 포스코, 삼탄-삼천리 등 3파전으로 압축됐지만 참여한 3곳 모두 오릭스가 제시한 입찰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현재 매각작업이 일시 정지된 상태다.
 
당초 오릭스는 입찰 조건에 설비 보수비용 등을 포함하지 말 것을 제시했지만 3곳 모두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STX에너지가 운영 중인 반월공단, 구미공단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노후 설비가 많아 상당한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오릭스 측은 STX에너지 지분을 사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 보수비용을 예측할 수 없어 섣불리 이를 보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현재는 매각작업이 잠시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3곳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오릭스가 일정 기간 직접 경영을 하다가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STX에너지는 STX그룹 계열사 중 조선·해운 불황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알짜회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매출 1조2873억원에, 영업이익 876억8619만원을 올렸으며 매출의 92%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창출돼 수익 안정성도 높다.
 
현재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동해시 일원에 500MW급 2기 등 총 1190MW 규모의 북평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반면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55.02%)와 동양레저(24.99%), 동양(19.99%) 등 동양그룹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파워는 강원도 삼척의 동양시멘트 광산부지 약 230㎡(70만평)에 4000MW급 친환경 화력발전소를 준공할 예정이다. 지분 가치는 STX에너지와 비슷한 약 1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동양파워의 장점은 가격이다. 동양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동양시멘트가 지난 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은 해체 위기를 맞았다. 동양그룹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모두 1조3000억원 규모로, 팔 수 있는 계열사는 모두 매각해야 하는 상황.
 
물론 동양파워도 매각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동양파워는 지난달 27일 두산그룹과의 지분(75%)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지분 75%를 4000억원대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지분 100% 가격을 예상하면 약 5500억원 미만으로, 시장 예상 가격 1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TX에너지보다 동양파워의 매각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자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보유한 동양파워가 시장에 나오면서 STX에너지에 관심을 보였던 기업들 중 일부는 동양파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동양그룹의 자금 확보가 시급한 만큼 STX에너지보다는 동양파워가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면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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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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