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 부실작성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고, 정책지원사항 등은 작성지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관리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가 각 공공기관의 제출자료를 취합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9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회사채 발행규모 등 총량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음은 물론 공공기관별로 정부 정책, 요금통제, 자체사업, 해외사업 등 부채발생 원인을 단순히 분류만 해 놨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4대강 사업과 같이 정부 국책사업이 이전되면서 GDP 대비 2008년 28.3%에서 2012년 38.8%까지 상승했고,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이를 반영해 공공기관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해 왔다.
특히 2012년말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채무 443조7000억원 대비 112.2%로 국가채무 규모를 초과하고 있는데도 이를 관리해야 할 기획재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각 공공기관들이 공통된 지표를 사용하지 않고, 각기 다른 지표를 사용해 형평성은 물론 재무관리 계획의 현실정과 정당성을 해쳤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공통지표는 물가상승률이 2.8%~3.0%이지만 남동발전은 1.7%~3.0%로, 공무원연금공단은 2.3%~3.0%로 다르게 적용했다.
원달러 환율도 기획재정부 제시환율은 2013년에 1116원이지만 서부발전과 남동발전, 한국전력공사는 1120원을, 한국석유공사는 1100원을 각각 적용했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2014년 환율을 1033원으로 적용해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1120원보다 90원 가까이 격차가 발생했다.
발전사와 전력공사, 석유공사는 석유와 가스 수입 등으로 재무계획이 환율에 민감할수밖에 없는데 정부와 기관이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지원요소가 재무관리 계획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24개 기관이 재무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책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기관들의 희망사항일뿐 어떤 내용이 어떻게 계획에 반영됐는지 불명확하다.
LH공사는 임대주택 건설지원 단가 상향, 행복주택지원기준 상향을 요구하고 있고, 철도시설공단은 선로사용료 현실화를, 철도공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 운영을 전제로 수송차량 구입지원을 정책지원 사항으로 기재했다.
또한 수자원공사는 아얘 자구노력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명시하고 다목적댐 치수편인 건설비를 국가에서 부담해주고, 수도건설비도 국고출자를 확대해야 하며, 아라뱃길 국가귀속 보상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야한다고 요청했다.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과 스스로 통제불가능한 수치를 바탕으로 재무관리계획을 짜낸 곳도 적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친수구역조성 사업과 아라뱃길도 신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고, 도로공사는 근거 없이 부대사업의 연평균 증가추세를 6%에서 8%로 높게 잡았다.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역시 향후 경마매출 추이를 1.2% 성장할 것으로 가정했다.
박 의원은 "결국 계획은 각 기관의 희망사항과 장및빛 전망을 단순 취합해 국회에 '보여주기식'으로 제출한 것에 불과하다"며 "공공기관 부채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계획은 근거 없는 낙관과 공공성 포기, 부채수치 감추기에 급급한 '총체적 부실'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