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후속타자 홍성흔의 솔로포가 이어지며 경기의 주도권을 확고히 붙잡았다. 오재영의 초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 규모의 명확한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번 백투백 홈런은 역대 포스트시즌 통산 20번째이며, 준플레이오프 통산 5번째다.

 

이번 홈런을 통해 잠실에서 올시즌 홈런 15개를 치는 등의 유달리 강한 모습을 선보이던 홍성흔은 같은 팀의 동료 김동주가 보유하던 통산 최다타점(40타점)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94개), 최다 2루타(14개), 최다 루타(136루타) 등의 기록에 '또다른 기록'을 더한 것이다.

 

 

 

이후 양 팀은 병살타와 도루실패, 투수 실책 등으로 5회와 6회를 빠르게 마무리했다. 두산의 0-3 리드가 유지된 상황에서 넥센이 공격하는 7회초가 도래했다.

 

넥센은 선두타자 이택근의 안타와 박병호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타석에는 5번타자 겸 3루수인 김민성이 등장했다.

 

마운드의 두산 선발 노경은은 6회까지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의 호투로 이날 최고의 컨지션을 선보이다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결국 정명원 두산 투수코치가 직접 마운드에 올라 경기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7회들어 구위가 흔들리던 노경은은 결국 김민성에게 동점 홈런을 내준 것이다. 김민성은 노경은의 4구째 공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었다. 그의 개인통산 포스트시즌 첫번째 홈런이었다.

 

홈런 한 방을 통해 경기의 균형이 다시 맞춰졌다. 102구째를 던진 노경은은 결국 변진수로 바뀌었다. '벼랑 끝 승리'를 기대하던 이날 1루측 두산 응원단은 침묵에 빠졌다.

 

 

 

7회초 무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변진수는 강정호와 문우람을 삼진으로, 유한준을 13구의 접전끝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이후 두산은 7회말과 8회말을, 넥센은 8회초와 9회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정규이닝 마지막 기회인 9회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두산의 실기(失幾)와 위기를 막은 넥센의 판단이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두산의 선두타자 김현수는 우익수 우측으로 빠지는 2루타로 나서며 극적으로 역전할 찬스를 엮었다.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김현수의 대주자인 임재철을 결국 3루까지 보낼 때까지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넥센은 마운드의 강윤구를 한현희로 바꾸며 상황의 반전을 노렸다. 결국 한현희는 홍성흔을 뜬공으로 잡고, 이원석을 땅볼로 막아내며 위기를 넘기면서 벤치의 믿음에 답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이번 경기를 통해 두번째 찾아온 준플레이오프 연장승부였다.

 

10회는 양팀 득점없이 금방 끝났다. 넥센은 먼저 찾아온 10회초 1사 1루 기회를 대주자 도루 실패로 날려버렸고, 두산은 삼자범퇴로 10회말 승부를 마무리했다.

 

11회초 넥센은 선두타자 이성열이 10회부터 등판한 두산의 윤명준을 맞아 5구째 공을 타격하자, 대주자로 2차전의 끝내기타 주인공인 김지수를 투입했다.

 

그런데 다음 타자인 서건창의 타석에서 두산의 악송구가 나왔다. 1루수 오재일이 1루를 나온 순간 윤명준은 1루로 송구했고 높게 던진 이 공은 결국 큰 궤적을 그리면서 불펜으로 빠졌다. 보크와 불펜 투척이 동시에 나온 것으로, 심판진은 각각 1루씩 진루 가능한 규정을 적용해 결국 김지수를 3루로 진루하게 했다.

 

하지만 넥센은 1사 3루 기회를 놓치며 분루를 삼켰다. 장기영이 삼진으로, 이택근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된 것이다. 두산은 서늘해진 간담을 쓸어내렸다.

 

12회는 양팀이 무난하게 마쳤다. 넥센은 1사 이후로 김민성이 출루했지만 강정호의 병살타에 이닝을 마쳤고, 두산은 삼자범퇴를 당하며 빠르게 이닝을 마쳤다.

 

두산은 연장 13회말 다시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종결짓지 못했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가 중전 안타를 쳤고 이종욱이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루가 됐다. 이어 등장한 민병헌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 타자인 손시헌이 3루수 병살타에 그친 것이다.

 

 

 

경기는 어느새 연장 14회말까지 왔다. 팽팽한 '3-3'의 승부가 이어졌다.

 

두산의 선두 정수빈이 먼저 볼넷을 고르면서 이닝은 시작됐다. 이어 홍성흔이 우익수 옆으로 안타를 날리면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다.

 

두산의 다음 타자는 이원석이었다. 결국 이원석이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원석이 김영민을 상대로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날리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날 경기 시작 이후 4시간45분이 지난 순간이었다.

 

이로서 두산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승리를 거두며 '리버스스윕(2패 후 3승)'을 노릴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반면 넥센은 다잡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앞두고 잠시 쉬게 됐다.

 

한편 이날 경기의 양팀 선발은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넥센의 선발 오재영은 5회까지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3자책)의 투구를 펼쳤고, 이어 이정훈(2.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강윤구(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한현희(1.2이닝 1탈삼진 무실점)-송신영(1.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마정길(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김영민(2피안타 1실점 1자책)이 넥센의 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결국 끝내기 안타를 내준 김영민이 패전을 떠안았다.

 

두산은 선발 노경은이 6회까지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3실점(3자책)의 공을 던졌고, 이어서 변진수가 9회까지 3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연장 10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윤명준은 10회부터 12회까지 3이닝을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오현택이 13회와 14회를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를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