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향후 재판 진행에 대한 일체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14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 의원과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은 사건의 쟁점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검찰은 이 의원 등이 피고인들과 함께 'RO(Revolution Organization)' 지하혁명 조직을 결성해 활동하며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했다는 점을 주된 쟁점으로 거론했다.
현재 변호인 측은 통합진보당의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불과하고 이 의원의 발언 등은 강의를 부탁받고 나온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이 확보해 제출한 증거 목록이 적법한지 여부도 쟁점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을 집행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공소를 제기했다는 입장이다.
여태까지 변호인 측은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았다는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 대한 열람·등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며 수집된 증거 등에 불법성이 있다는 입장을 표해왔다.
검찰은 증인신문 방법도 변호인 측과 추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RO 조직활동에 회의를 가진 성원의 제보를 주된 증거로 삼고 있다"며 "증인이 가지게 될 일반적인 고뇌와 고통, 그리고 증인과 가족들의 신변이 위협받을 여지가 있다"며 비공개 증인신문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이 확보한 지난 5월12일 강연에서 이 의원의 발언 내용이 담긴 녹취 테이프와 녹취록이 일치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확보한 녹취 파일과 이를 풀어낸 녹취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여태까지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반박하는 입장이지만 법정 안에서는 의견자체를 밝히지 않았다.
이날 검찰의 의견 진술에 앞서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장은 공소장일본주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재판부에 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하거나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장은 공소장일본주의에 반하는 한편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어떤 부분을 방어해야 하고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검찰은 앞으로 증거로써 입증할 내용을 공소장이란 이름에 담아 재판부에 제출해 이를 읽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예컨대 'RO혁명조직 결성'이라는 말은 공소장의 적용법조에도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마치 공소사실이 사실인 양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공소장일본주의에 대한 주장이 길어진다는 판단 하에 의견진술 시간을 제한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재판부의 재판 진행방식이 걱정스럽다"며 "핵심 쟁점에 대해 기계적으로 시간만 양분하면 공정한 재판이 될지 의문"이라고 피력하면서 공소사실 자체에 대한 부당함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변호인 측이 주장한 공소장일본주의에 반하는 공소장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 제출한 증거 목록의 입증 취지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변호인 측에는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 공소사실 쟁점과 증거목록 채택 여부에 관한 의견서를 다음 준비기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함께 주문했다.
이 의원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수의를 벗은 채 검은색 정장과 흰색 셔츠, 노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재판에 들어가기 앞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채택 여부를 합의하고, 향후 재판 일정 등을 재판부와 함께 협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이 의원 등 4명이 RO 조직에서 활동하며 지난 5월12일 조직원 130여명과 비밀회합을 갖고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 의원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법 법정으로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돌아보고 있다.(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