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천문학적인 이권이 걸린 민간 발전 사업자 선정 과정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기업을 위해 평가기준이 공정성을 잃고 밀실·졸속으로 진행되는 것도 모자라 로비까지 펼쳐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산업통사자원위원회 김동철(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지난해 7월 이미 29개 발전사로부터 건설의향을 받아 한 달 뒤 평가기준을 공개하고 10월 증빙서류를 신청 받았지만, 세부 평가기준은 올해 1월 확정하고 평가에 들어갔다.
◇14일 정부과천정사에서 열린 '2013년 국정감사'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토마토)
이는 학생에게 답안지를 미리 받은 후 시험문제를 낸 격으로 출발부터 공정성을 잃은 셈. 더욱이 5차 전력계획과 비교해 평가기준과 배점이 많이 바뀌어 특정기업에 유리한 기준을 만들거나 달라진 기준에 맞춰 준비할 시간을 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동철 의원은 "발전 사업자 선정 평가는 평가항목 대부분이 이미 기계적으로 산출돼 정작 평가위원들은 약간 가감하는 정도에 불과한 요식행위"라며 "국방부나 조달청 등에서 사업평가를 할 때는 전문가 40명 이상이 각자 분야별로 엄정한 평가를 하지만 엄청난 특혜가 걸린 발전 사업자 선정에는 고작 9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위원 구성과 독립성 유지도 문제로 꼽혔다.
김 의원은 "6차 계획 평가위원회 9명 중에는 시민단체 인사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그동안 전력수급계획 실무소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자가 6명이며 그 중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전(前) 산업부 공무원까지 포함돼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발전소는 대표적 주민 기피시설이지만 주민동의만 얻으면 사업자로 선정한 것도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발전 사업자가 주민동의를 얻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감언이설로 지방의회와 주민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주만 간 갈등을 만드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발전소 입지 분산을 통한 전력계통 안정화가 제일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주민동의만 있으면 사업자로 선정해 준 것은 매우 잘못"이라며 "실제로 민간 발전사들이 경쟁했던 삼척시는 사업자가 모두 삼척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업체별 제시한 투자액이 14조원이나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