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들이 주유소들과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주유소에서 정유사 폴에 관계없이 여러 정유사 제품을 혼합한 석유를 파는 '혼합판매제'가 일부 정유사들의 불공정 계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각 정유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대 정유사들은 편법적인 불공정 계약을 통해 주유소들과의 계약 기간을 장기간 유지하고, 자사 석유의 전량 구매를 유도해 왔다"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09년 2월 '4개 정유사 등의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의결하고, 정유사들이 자영주유소와의 계약에서 장기·전량구매 등을 강요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펼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현재 '석유제품 공급 계약서(기본 계약서)'를 통해 유류공급 계약을 1년 단위로 맺은 뒤 부수적으로 시설물 지원계약을 추가로 5년 단위로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편법적으로 전량구매 계약을 장기로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 기간 중 해지를 막기 위한 독소 조항도 포함돼 사실상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대 정유사의 기본계약서에는 계약 기간 중 주유소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주유소에 위약에 대한 대가로 '최근 3개월간 매출액의 30%'를 배상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계약의 유효기간은 주로 5년으로 맺은 시설물 지원 계약이 우선하도록 했다.
아울러 계약 해지 시 지원한 시설물에 대한 배상도 잔존가액이 아닌 취득가액으로 정산하도록 하고, 시설물 가액의 30%를 위약금으로 추가 배상하도록 하는 등 주유소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자금과 시설 지원 금액의 최대 10% 범위 이내에서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석유정제업자와 주유소의 공정한 거래에 관한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유사들은 혼합판매를 의도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혼합 공급 계약서는 전량 공급계약과는 달리 공정위의 '주유소의 혼합판매에 관한 거래기준'에 규정된 품질 관련 사항을 무시하고, 품질 하자에 대한 의의 제기를 인수도 시점으로 한정하는 등의 차별을 해왔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혼합판매 계약에만 상품권 취급 수수료를 징수하는 등 불평등한 내용을 삽입해 전량 구매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혼합 판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포인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정유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어 "전량 구매 계약에는 없는 '수시 현장실사 규정'을 통해 정유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유소에 대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든 정유사도 있었다"면서 "이 같은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는 정유사들 때문에 현재 전국의 폴사인 주유소 중 혼합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주유소는 한 곳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당초 계약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를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전혀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역시 "당시 혼합판매 비율과 관련된 내용만 검토했을 뿐 계약 사항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심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공정위가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계약서를 바탕으로 정유사들은 석유 시장의 과점 체제 하에서 지배력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 정유사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며 결국 1차적으로는 자영 주유소들이, 2차적으로는 조금이라도 기름을 더 싸게 사고자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공정위와 정유업계가 불공정 계약서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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