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중 친일행위자와 관련된 물품이 총 2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문화재의 기념적 가치와 별개로 이들 물품에 친일 관련 기록은 명시돼 있지 않아 문화재청이 역사 기록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문화재청은 백선엽을 비롯한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의복 등 물품 총 11건 76점을 근대문화재로 등록 예고했으나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해 '등록보류'를 결정,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민주당) 의원은 2013년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친일인사 물품 등록문화재 등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친일인사 14인의 물품 22건 50점이 등록문화재로 등재돼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지난 6일 윤관석 의원실이 확인한 친일인사 물품 등록문화재 등재 현황 11건에 이어 문화재청이 추가로 자료를 제출하면서,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친일인사의 물품은 총 22건 50점(건축물 6건, 동산 16건)으로 최종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 이광수, 김은호, 최인규, 주요한, 이능화는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등재된 인물이어서 눈길을 끈다. 등재된 물품은 홍지동 이광수 별장터(이광수), 창덕궁 대조전 백학도(김은호), '자유만세' 영상·음성 각 6권(최인규), 독립신문 상해판(이광수, 주요한), 국문연구안 7권(이능화) 등이었다.
또한 22건의 문화재 중 14건은 이명박 정부 때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무용 세단과 의전용 세단, 신당동 가옥, 안익태의 애국가 자필악보, 이능화의 국문연구안, 이상범의 초동 등 총 11인의 물품 25점이 등록됐다.
윤관석 의원은 "애국가 자필악보, 독립신문 상해판 등은 당연히 문화재로 등록될 가치가 있는 물품"이라면서 "이 물품들이 문화재로서의 역사적 의미가 있고 문화재로 등록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나 이들 문화재가 과거 친일 부역, 내선일체 주장, 대동아전쟁 참여 독려, 독립군 토벌에 역할을 했던 인사들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의원은 "최소한 대통령 소속 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등재된 인물의 문화재는 명기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문화재를 등록하고 보존하는 데 있어 문화재를 기념하는 것과 문화재의 역사적 배경을 기록하는 것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등록된 문화재들이 보편적 가치를 떠나서 보더라도 각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히며 "이들 문화재가 친일 행적의 주인들의 물품이라는 점을 명기하는 것은 문화재를 기념, 보존하고 기록해야 하는 문화재청의 의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