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국감)형집행정지 특권층엔 '관대', 서민에겐 '엄혹'

김윤옥·서청원·천신일 등 권력층 형집행정지 받고 풀려나
피고인 19명 형집행정지 결정 늦어져 신병비관 자살

입력 : 2013-10-17 오후 4:20:21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관련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조승희 기자)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형집행정지 제도가 재벌이나 권력층에게는 관대하고 서민에게는 엄혹하게 적용되는 등 총체적으로 부당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민주당) 의원은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인해, 일부 특권계층에게 관대하지만 힘없고 돈 없는 서민에게는 엄혹한 제도적 모순점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2010년 5년 확정판결을 받고 8차례의 형집행정지로 1년밖에 복역하지 않은 전경환(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씨,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김옥희(김윤옥 전 대통령 영부인 사촌언니)씨, 서청원 전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의 공통점은 어렵지 않게 '형집행정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서민들에게는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이 되서야 형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 있어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형집행정지 허가가 늦게 이뤄져 출감 직후 사망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진 경우를 감안하면 이같은 문제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법무부 '교도소 내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정시설 내 사망자 227명 중 37.4%에 해당하는 85명의 재소자들이 형(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다가 불허되거나 심사결정이 늦어져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형집행정지 결정이 늦어진 상황에서 신병 비관 등을 이유로 자살한 재소자도 19명이며, 경기불황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당 5만원이 책정되는 노역장에 유치됐다가 사망한 경우도 9명에 달한다.
  
서기호(정의당) 의원은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관련)현재까지 검찰은 허위진단서를 토대로 해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검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있지 않다. 형집행정지 결정을 한 검사 또는 검사장에 대한 징계 및 기소 여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형집행정지 이후 재수감되지 않고 도주한 인원이 최근 5년간 24명에 달하는 등 제도운영의 허점도 드러났다.
 
김진태(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형집행정지 출소자 인원은 2009년 226명, 2010년 178명, 지난해 188명, 올해 8월까지 92명으로 총 884명이다.
 
반면, 형집행정지 후 재수감된 인원은 2009년 191명, 2010년 173명, 2011년 141명, 지난해 139명, 올해 8월까지 76명으로 총 720명이다.
  
또 형집행정지 후 도주 인원은 2009년 8명, 2010년 6명, 2011년 6명, 지난해 2명, 올해 8월까지 2명, 최근 5년간 총 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김 의원은 "형집행정지 제도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하고 형집행정지 신청 허가율·기각율 등 관련 통계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의 살인교사자가 부정적으로 허위진단서를 발급 받아 형집행정지제도를 악용했던 사건부터 영천시 치료중 도주사건 등 형집행정지 관리부실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형집행정지 제도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수형자에게 고령, 임신과 출산, 중대 질환이 발생하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자유형의 집행을 일정기간 정지함으로서 수형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최근 ‘여대생 청부살인사건’ 피고인이 4년 넘게 형집행정지를 이용해 호화 병원생활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며 집중 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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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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