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최근 6년간 대기업의 조세피난처 송금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는 주로 역외탈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세피난처 50개 국가에 대한 전체 송금액은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998조7243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2012 조세피난처 50개국 송금 현황(단위:억원) (자료=한국은행·홍종학 의원)
이중 대기업이 360조3609억원으로, 전체 송금액 중 36.1%를 차지했다. 공기업·금융기관·정부 등 기타가 33.0%, 중소기업은 18.0%를 보였다.
홍 의원은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 경제이고 수출입이 많기 때문에 해외송금 등 금융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로 역외 탈세로 활용되는 조세피난처 국가에 2007년 대비 2012년 송금액이 102% 증가한 것에 대해서는 관계당국이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송금액은 무려 301%, 금융기관 및 공기업의 송금액이 178%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은 60% 감소했다. 이 기간 대기업이 조세피난처에 투자한 금액은 총 13조8791억원이다. 이중 재벌기업이 투자한 금액은 9조8340억원으로, 71%를 차지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통해 2011년 내국인의 자회사나 내국인이 사실상 경영권을 갖고 있는 법인이 조세피난처로 의심되는 국가에서 올린 유보 소득은 법인이 신고한 것만 3197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중 92.7%인 2963억원이 재벌기업의 소득인 것으로 파악했다.
◇2007 ~2012년 조세피난처 50개국 투자 현황(단위:억원) (자료=수출입은행·홍종학 의원)
조세피난처 50개 국가에 보낸 전체 송금액 중 상위 10개국과 투자 국가 중 상위 10개국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무역규모가 적은 나라들도 상당수로 확인됐다.
특히
효성(004800)그룹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케이만 군도에도 상당한 송금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6년간 케이만 군도에 25조6916억원이 송금됐는데, 이중 투자로 확인된 금액은 2조4479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이를 근거로 "결국 조세피난처 국가로 보낸 송금액과 투자 금액은 정상적인 무역거래와 투자를 위한 게 아닌 역외 탈세를 목적으로 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세피난처 등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고 세금이 탈루되는 것은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치명적인 일"이라며 "해외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해서는 영구히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