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최대 서포터즈 '나인하트'가 창원시를 향해 신축 야구장 부지를 다시 선정해 발표할 것을 촉구하며 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나인하트)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시즌 중에는 야구장 신축 문제로 인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려고 했어요. NC의 야구단 운영에 방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지만, 창원시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창원시는 시민의 의견과 객관적 조사를 무시하고 독단적 행동을 저지르고 있어요."
지난 18일 전화로 만난 NC서포터스 '나인하트' 신승만 대표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창원시와 박완수 창원시장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야구를 이용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나인하트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 유치를 공표한 지난 2010년 창설돼 현재 1만5000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 중인 NC의 최대규모 서포터즈다. 이들은 지난 9월 27일 '창원시 새 야구장 입지 재선정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해 7582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지는 17일 안전행정부 재정정책과에 우편 전달됐다.
다음은 신 대표와 진행한 일문일답.
-지난 2월2일 열린 1차 집회 이후 무려 8달 이상 지나고 집회를 열었다. 이유가 있는가.
▲시즌 중에는 야구장 신축 문제로 인한 입장 표명을 매우 자제하려고 했다. NC의 야구단 운영에 방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인하트 회원들의 의중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창원시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여겼다. 논란이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박완수 시장의 이미지도 나빠진만큼 큰 틀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계속 창원시는 시민의 의견과 객관적인 조사를 무시하고 독단적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진해가 새 야구장 입지로 부적절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국의 많은 분들이 봄철의 군항제 때 진해를 방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심야버스로 야밤에 넘어온 분들이 아니라면 극심한 정체에 시달려 진저리쳤을 분이 많다. 야구는 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대규모 행사로서 군항제 못지않은 사람이 오고간다. 야구장을 진해 육군대학(이하 육대)에 유치한다는 결정은 교통의 측면에서는 군항제를 수시로 열겠다는 결정과 진배없다. 육대 방향은 물론 진해 전체를 모두 통털어서 마산·창원 시가지로 나가는 방법은 2가지 뿐인데 정체는 불가피하다.
-창원·마산 시가지에 짓는다고 교통난이 없을까.
▲도로가 넓고 평지로서 많은 차들이 분산되는 곳과 산으로서 막혀서 터널 2개뿐인 곳은 다르다. 게다가 안민터널은 출퇴근 시각대에 '지옥'이다. 창원에 1년 이상을 살면 안민터널 심하게 막힌다는 것은 모두 안다. 창원시청 주변에서 6시 퇴근해 짐을 정리해 6시 30분에 출발하면 야구장에 도착하는 시점은 경기 4~5회 때다. 공단 지역도 다르지 않다. 흥행이 이뤄지지 않아 야구단이 지역에 정착하기 어려워지고 팬들은 야구장으로 직관하러 가기를 꺼려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진해구 출신 회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창원시는 교통망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한다.
▲너무 먼 미래 이야기다. 신설 프로스포츠구단이 창단 5~6년이 되도 자리잡지 못할 상황이 오게 된다. 흥행이 무너질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게다가 야구장은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시설로서 한번 지으면 옮길 수도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제2안민터널 예산안이 정부를 통해 거부당했다. 계획만 있는데 너무 앞서나간데다 있는 계획도 실현이 어려운 처지다.
▲야구는 대다수 다른 종목과 달리 종료 시각에 대한 각종 변수가 많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과연 코레일은 물론 버스 회사와도 관련 계약을 맺을 수 있나 의문이 든다. 지금이야 무제한 연장전이 없지만 연장 12회 종료라고 해도 오후 11시가 넘을 수 있다. 반대로 빠르면 9시 무렵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창원시가 운행이 정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세웠나 의문이다.
-그래도 야구장으로 찾아갈 때는 없는 것보다야 낫지 않나.
▲없는 것보다야 낫다. 그런데 야구는 데일리 스포츠이자 가족형 스포츠다. 가족이 모두 야구장에 와서 즐기는 경우도 적잖다. 먹을 것을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에 찾아가는데 맞춤버스와 야구열차로 이동하기는 쉽지않다. 게다가 야구열차와 맞춤버스가 집앞에 바로 올 것도 아니잖느냐. 아이들을 데리고 4~5회부터 관전할 평일경기, 이동 시간만 1~2시간 걸리는 주말경기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가기는 정말 어렵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최대 서포터즈 '나인하트'의 단체응원 사진. (사진제공=나인하트)
-창원시는 기존 마산구장과 함께 사용하는 '더블 홈구장 체제'도 제안했다.
▲홈구장의 이점은 선수들의 안정감이다. 최상의 경기를 위한 자신의 고유 소지품이 홈의 라커룸에 있고 익숙한 느낌 또한 홈구장의 주요 장점이다. 비수도권 야구단이 제2구장 경기를 치르긴 하지만, 원거리 팬들을 위한 이벤트 성격이다. 제도적으로 '홈'이 맞지만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원정구장 경기와 유사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야만 한다. 방해꾼도 아니고 왜 창원시가 지역 연고팀에게 그 불편한 비효율을 권하나 모르겠다.
-진해 육대 부지의 다른 단점이 있나.
▲육대 부지는 현재 국방부 소속의 땅이다. 남의 땅에 인허가를 받을 방법은 없다. 자연스레 설계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고, 부실 설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설계는 물론 시공 기간을 줄이기 위해 각종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중앙정부의 예산을 가져오려는 수단의 하나로 야구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행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벤트성이 아니라 매일 진행되는 데일리 스포츠다. 야구는 기존 인프라가 없는 산지에 지어서는 답이 없다.
-신 대표가 보기에 창원 지역의 민심은 어떠한가.
▲사실 박완수 시장에 대한 지역 민심은 좋았다. 경남의 최대 도시란 점도 있지만, 그 도시에서 지지가 두터웠으니 홍준표 경남지사 대항마로 지역의 출신이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야구장의 실책이 이어져 결국 지지도를 많이 잃었다. 식당에 가면 TV에 박 시장 얼굴 나오는 순간 야구장 이야기를 하면서 화를 내는 어르신이 많다. 처음에는 의외였다. 하지만 그런 분이 정말 많다. 박완수 시장은 시민을 가지고 위험한 배팅을 하고 있고 지금의 분위기로는 분명한 실패로 흘러갈 것이다. 제발 시민에게 피해만 없었으면 한다.
-NC의 연고지 이전에 대한 논란이 빈번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우리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안다. 창원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NC가 연고지를 옮겨도 팬들로서도 뭐라고 막을 방법이 없다. 창원시가 워낙 비정상적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으로 치면 '사기결혼'이다. 만약 NC가 정말 창원을 떠난다면 박완수 시장과 창원시 공무원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잘못된 행정의 최후', '야구단 없는 1700억원 짜리 야구장', '불통의 파괴 리더십' 등으로 세계 행정계와 스포츠계에 영구보존될 것이다.
-NC가 연고를 이전할 경우 '나인하트'는 어떻게 되는가.
▲NC가 연고를 이전하면 떠날 팬도 있을 것이고 끝까지 NC를 응원할 팬도 있을 것이다. 떠나는 팬들을 욕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다. 떠나가는 NC에게도 욕할 수 없다. 그같은 상황을 만든 창원시 행정이 아쉽고 화날 것이다. '나인하트'는 NC가 연고지를 이전할 경우 평일에 찾아가서 단체 응원을 펼치기는 어려울 지라도 주말에는 새로운 곳으로 찾아가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 자체가 제발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아홉번째 심장' NC는 이미 창원시의 자랑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창원시도 빨리 시민들을 위한 정상적인 행정을 펼치길 기원한다. 지금 창원시의 주장은 옛 창원시 주민들은 물론 옛 진해시 주민들도 반대하는 잘못된 것이다. 자꾸 '행정 절차가 다 마쳤고', '행정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 등의 얘기를 하는데 행정의 우선은 시민이 아닌가. 지역 나눠먹기와 공무원들의 지역 회피가 아닌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때 박수받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