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영웅 됐지만 검찰 어떡하나"..검사들 '씁쓸'

"윤 전 팀장 마음 이해하지만 독단·돌발행동 해서야 되겠나"
"불법 언제까지 덮을 것인가..정의 바로 세우는 과정으로 봐야"

입력 : 2013-10-22 오후 5:26:16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지난 21일 열린 서울고검·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의 폭로를 지켜본 검사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항명이냐 항거냐'를 떠나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검찰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의 지휘체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국민에게 생중계 됐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난 22일 사건 당사자인 조영곤 검사장이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 소속 검사들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감정을 숨긴 채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검찰 망신'이라는 배경을 깔고 윤 전 팀장이 지나쳤다는 쪽이 우세한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 중인 한 검사는 한숨을 쉬며 "윤 전 팀장의 깊은 속을 어떻게 알겠나"라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어렵게 입을 연 다른 검사들은 윤 전 팀장의 수사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윤 전 팀장이 전날과 같은 폭로전을 벌인 까닭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검사는 "윗사람과 생각이 다르다고 윤 전 팀장이 그러면 되나. 갈등이 생기면 적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윤 팀장이 모를 리 없다"며 "나도 데리고 있는 검사와 생각이 다르면 몇 번씩 반려하는데, 그렇다고 맘대로 해버리면 독단 아닌가"라고 말했다.
 
A검사는 이어 "자기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런 것 같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나간 후에 수사팀의 힘이 떨어지자 이번 일을 벌였다는 얘기도 돈다"면서 "윤 전 팀장이 일처리가 약간 단순 무식하고 거침없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조 지검장은 할 말이 없겠나"라고 성토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B검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B 검사는 "밖에서 압박을 받았다는데 그동안 원하는대로 다 하지 않았나"라면서 "윤 전 팀장은 수사의 ABC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인데, 정말 순수했다면 절차를 무시하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검사는 "언론에 의해 윤 전 팀장은 영웅이 됐지만 조 지검장은 바보가 되어버렸다"면서 "조 지검장이 일처리가 우유부단하고 늦는 경향이 있지만, 수사를 하지 말라고 검사에게 함부로 말할 양반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윤 전 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검사들도 없지 않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바로 세워지는 과정의 산통이 아니겠느냐"며 "조용히 불법을 덮어 언제나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직을 걸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과정에서의 소란스러움으로 봐달라.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내부적으로 조율할 가능성이 있었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 터져나갔기 때문에 윤 전 팀장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언론에 많이 보도된 것처럼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이면 우리나라 검찰 중 가장 규모가 큰 검찰조직의 수장"이라면서 "윤 차장의 돌발 행동까지도 예상해 분란을 막았어야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TV를 통해 국감상황을 지켜봤다는 경인권의 또 다른 간부급 검사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휘체계를 두고 2차장과 소속 부장이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TV를 꺼버렸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사건을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특수통 검사들과 공안통 검사들의 충돌이라고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검사들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A검사는 "특수부 검사와 공안부 검사가 하는 일이 다르긴 하다. 공안은 상대적으로 협력과 팀워크를 중요시하고, 특수부는 개개인 검사의 능력을 우선시 한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서로 알력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B검사는 "수사팀 내에 특수부 검사, 공안부 검사가 모두 있는데 특수통과 공안통의 다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라면서 "수사팀은 이미 한 몸이 되어버렸다"고 밝혔다.
 
B검사는 "채 전 총장이 나가고 난 뒤 수사팀이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들의 수사 때문에 채 전 총장이 나갔다는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채 총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신들의 수사에 대한 열의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마음이 섞였을 것"이라면서 "윤 전 팀장의 행동이 순수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 추가 수사과정에서의 보고누락 논란'에 대해 이준호 대검 감찰본부장에게 감찰착수를 지시했다.
 
이에 앞서 조 지검장은 같은 날 스스로 '국정원 직원 추가수사' 축소지시 논란과 관련해 자신을 감찰해줄 것을 대검에 요청했다.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지난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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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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