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축소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대검찰청에 감찰을 스스로 요청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감찰도 그렇지만 고위 검찰간부가 스스로 감찰을 요청한 것인 극히 이례적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지검장이 전날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축소지시 의혹에 대한 타개책으로 '감찰 요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국감에서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15일 밤 조 지검장의 자택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 청구와 집행,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사전 보고했으나 조 지검장이 이를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또 "보고를 드렸더니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처음에는 격노를 했다. '야당을 도와줄 일 있냐. (체포영장 집행) 하려면 내가 사표 낸 뒤에 해라.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라고 하길래 더 이상 검사장을 모시고 수사를 끌고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수사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한눈에 파악하고 결정할 내용이 아니었다"면서 "보고라는 것이 내부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데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집에 돌려보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조 지검장이 윤 전 팀장에 비해 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게다가 검찰 내부에서는 법규정을 무시하고 보고 없이 수사를 강행한 윤 전 팀장도 문제지만 미온적인 태도로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못한 조 지검장의 지휘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 지검장으로서는 '수사축소 지시'라는 오명을 씻고 동요하는 서울중앙지검 내부를 다잡기 위한 카드로 '감찰 요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전격 '사퇴'라는 극단 처방 보다는 대검 감찰을 통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올라있는 상황도 조 지검장의 결정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조 지검장은 10여명의 다른 후보들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됐으며, 현재 법무부의 검증을 받고 있다.
조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CJ, KT, LIG 등 대기업 비리사건, 4대강 담합사건 등 대형 사건을 비교적 매끄럽게 처리해왔다는 점이 높게 평가를 받아 후보자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 지난 21일 열린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