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A 시장에 결혼중개업체 방식 도입하자"

입력 : 2013-10-22 오후 4:47:51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결혼중매시장의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창조경제 관련 연구와 정책제시를 목적으로 설립된 창조경제연구회는 22일 서울시 역삼동 디캠프(D.CAMP) 6층 다목적실에서 ‘상생형 인수합병(M&A)과 혁신거래소’라는 주제로 창조경제연구회 제2회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카이스트 교수)은 “혁신거래소라는 제한적 거래시장을 만들어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형 인수합병(M&A)를 촉진해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식 M&A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상생형 인수합병이란 대기업에서는 벤처기업 인수로 신기술 도입 등 혁신역량을 싼 값에 얻고, 벤처기업은 마케팅·해외시장개척 등의 시장역량을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하자는 방안이다.
 
◇창조경제연구회 제2회 정기포럼(사진제공=창조경제연구회)
 
이민화 이사장은 한국에서는 실리콘밸리식 민간 인수합병 시장형성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시장의 크기의 차이가 극명하고, 입수합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인수합병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시장퇴출 등으로 이용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생겨났으며, 실리콘밸리식 인수합병 생태계가 형성될만한 벤처기업·대기업의 의지와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장자체가 생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마치 결혼중개업체같은 역할을 하는 ‘혁신거래소’를 만들자는 것이 이민화 이사장의 복안이다.
 
결혼중개업체의 경우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회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얻고, 상호간 이상형과 경제수준들을 고려해 최적의 상대를 찾아준다. 이 과정에서 결혼중개업체는 인센티브를 획득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커플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한국식 인수합병 시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결혼중개업체처럼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고, 가격을 매겨서 거래를 촉진할 ‘혁신거래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민화 이사장은 “기존에 존재하는 금융투자협회의 프리보드(거래시장)와 중소기업청에 운영하는 M&A인포마켓(거래정보망)을 합쳐 결혼중매업체의 역할을 하는 혁신거래소를 만들고, 거래에 인센티브를 받는 민간 딜러를 고용한다면 한국식 상생형 인수합병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2014년 2500개의 벤처기업과 100곳의 대기업, 100명의 딜러를 만다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발표된 창조경제연구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창업하는 벤처기업가들의 50% 가량이 타기업과의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대기업들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벤처기업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하고 있어, 민관합동으로 '혁신거래소'를 설립한다면 둘 사이를 성공적으로 이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생형 M&A와 혁신거래소'라는 주제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창조경제연구회)
 
정재만 숭실대학교 교수는 대기업보다는 성공한 벤처기업이 인수합병 시장을 주도할 것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많은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 자신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리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대기업보다는 차라리 성공한 벤처기업이 후배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혁신거래소라는 시스템이 투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며 “만약 코스닥 시장 초기처럼 개인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이슈가 된다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준호 기자
최준호기자의 다른 뉴스